[사설] 지금 홍범도 흉상 갖고 논란 벌일 때는 아니지 않은가
국방부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다른 곳으로 이전키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홍 장군 흉상은 독립기념관으로, 김좌진 장군 등 4인 흉상은 육사 내 박물관으로 옮길 것이라고 한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 관련 단체가 반발하는데도 강행하려는 것이다. 육사 총동창회는 “소련 공산당에 가입하고 소련군 편을 든 홍범도 흉상에 생도들이 경례하도록 둬선 안 된다”고 했다.
홍범도 등의 흉상은 원래 육사에 있던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반일 몰이 일환으로 홍범도 등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한 것이다. 하지만 흉상이 세워진 지 6년도 더 지났다. 이미 있는 것을 옮기는 것은 그 이유가 정당하다고 해도 여러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은 관련 단체들의 입장을 듣고 전문가 의견도 구하면서 천천히 추진해도 될 일이다. 당장 이전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이 없지만, 참모들에게 “소련 공산당원 경력이 있는 홍 장군이 북한 대적관을 갖고 생도를 키워내야 하는 육사의 정신적 지주로 맞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한 국민 생각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100여 년 전 공산주의 이념을 가졌다고 해서 곧바로 대한민국의 적(敵)이 될 수는 없다. 당시는 대한민국 정부가 있지도 않았고 홍범도는 정부가 수립되기 전에 사망했다. 당연히 대한민국을 적대한 사실도 없다. 느닷없이 나온 홍범도 등의 흉상 이전에 어리둥절해 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밀어붙이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검토하는 게 불필요한 분란을 막는 길이다.
지금 우리는 중국발 경제 침체, 반도체 경기 악화, 심각한 가계 부채, 북한의 안보 위협 등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연금·교육 개혁과 국가 부채, 첨단 기술 경쟁, 국제 질서 재편 등 국가적 현안도 쌓여 있다. 흉상 문제 평지풍파는 국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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