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만금’에서 ‘정치’를 빼야 새로운 길 나올 것
정부가 새만금 개발의 기본 계획을 전면 재수립하기로 했다. 국무총리가 “기존 계획을 뛰어넘어 전북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 픽처를 짜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기존 계획에 따른 예산 집행이 대부분 중단되게 됐다. 군산공항에서 불과 1.3㎞ 떨어진 곳에 건설되는 새만금 공항도 부처 요청액 580억원 가운데 66억원만 반영됐다. 목표와 용도도 불분명한 채 공항, 항만 등에 막대한 세금부터 쏟아붓는 무분별한 SOC 건설은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새만금 간척지 개발은 시작부터 정치적 산물이었다. 30여년간 대통령 8명을 거치는 동안 선거 때마다 공약에 동원돼 ‘새만금 개발은 곧 전북 개발’이라는 구호가 난무했다. 19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가 전북 개발 공약으로 처음 언급했다. 흐지부지되다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요청으로 되살아났다. 1991년 방조제 사업을 착공했는데 환경 단체들의 반대, 소송전 등으로 완공까지 무려 19년 걸렸다. 그새 여건은 크게 바뀌었다. 처음엔 100% 농지로 활용하려다 식량이 남아돌고 대규모 농지가 필요치 않게 되자 농지 비중이 30%로 줄었다. 나머지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놓고 2008년 특별법이 제정되고 2011년 기본계획이 수립됐지만 현실성이 없었다. 선거철 공약만 난무했다. 공항, 항만, 지식창조형 산업단지, 스마트 수변도시, 환황해권 글로벌 자유무역 중심지 등과 같은 장밋빛 약속 중 실현된 것은 없다. 실현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세계 잼버리 한다며 간척지를 졸속 매립하고 대회를 하려다 사달이 났다.
다행히 새만금국가산단이 최근 2차전지 집적단지로 부상하면서 기업 투자가 활발해지는 조짐이 보인다. 새만금개발청 개청 이후 9년간 투자 유치 금액이 1조5000억원에 불과한데 지난 1년 새 6조6000억원 상당의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 기업의 자발적 투자만이 새만금을 살리는 길이다. 이미 매립된 부지를 제대로 활용하고 필요한 SOC의 우선 순위도 재조정해야 한다. 매립만 밀어붙일 일도 아니다. 최근 갯벌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무엇보다 더 이상 새만금을 선거와 정치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전북도도 국가 예산 따오는 것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기업이 저절로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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