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엔高로 바뀐다… 달러당 120~130엔 갈 것”
“내년엔 현재의 엔저(円低) 상황이 완만한 엔고(円高)로 바뀌어 1달러에 120~130엔까지 갈 겁니다. 한국인의 엔화 투자는 맞는 방향입니다.”
지난 25일 도쿄에서 만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榊原英資·82) 전 대장성(현 재무성) 재무관은 “현재의 일본 엔저는 ‘일본 팔기(日本売り·니혼우리)’가 아니라, 미국·일본 간 금리차라는 단순 명확한 이유 때문”이라며 “내년에는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은 금융 긴축으로 갈 가능성이 큰 만큼, 엔화의 추세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팔기는 외국인들이 해당 국가의 경제가 위험하다고 느끼고 투매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당시 일본 외환정책을 총괄하는 대장성 재무관(차관급)으로, 과감한 환율 개입을 단행해 일본 외환 시장을 안정시킨 인물이다. 뉴욕타임스 등 언론들은 당시 엔의 영향력을 입증한 사카키바라 재무관을 ‘미스터(Mr.) 엔’이라고 보도했었다.
-엔저가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 엔저는 단순히 미국과 일본 당국의 금리 정책에 따른 상대적인 포지션 때문이다. ‘일본 팔기’가 아니다. 미국은 금리를 높였고 일본은 금융 완화를 하니, 그 차이가 엔저다. 올해 갑자기 150엔을 넘는 일이 없다고 본다. 일본 당국도 환율 개입 하지 않을 것이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지난해 가을 150엔을 넘어서며 32년 만에 엔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최근에도 146엔을 기록하며 다시 약세다.)
-일본은행(BOJ)은 긴축(금리 인상)으로 돌아설까.
“미국은 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인 데다 점차 경기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국은 내년에 금리를 내리는 금융 완화에 나설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은 점차 통화 긴축으로 바뀔 상황이 오고 있다. 일본 성장률은 올해 2%를 넘으면서 ‘경기 과열’의 상황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당국이 당장 긴축하지는 않겠지만, 과열이 지속되면 완화에서 긴축으로 전환할 것이다. 내년엔 그럴 상황이 온다.”
-한국 투자자들이 최근 열성적으로 엔화를 사거나, 일본 주식에도 투자하고 있다.
“한국 상황은 잘 모르지만, 당분간 1, 2년간은 엔고 추세가 될 것이니 그런 (엔화) 투자는 맞는 것 같다. 나는 주식 투자는 안 하지만, 당분간 일본 경제 성장률이 상당히 올라가는 만큼 주가도 올라가지 않을까. 적어도 일본 경제는 당분간 순조롭고 지금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다. 주가 상승도 당연한 게 아닐까.”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나나.
“딱히 30년을 잃어버린 게 아니다. ‘잃어버린 30년’이란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 경제가 성숙해지면 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일본은 1950년대 시작한 고도성장기 때 연평균 10% 성장했고 그다음 안정 성장기에 4% 정도 성장했다. 90년대 이후 1%대 성장했는데, 잃어버린 게 아니라, 일본 경제가 성숙해졌다는 의미다.”
-1000조엔(약 9000조원)에 달한 일본 국채가 위험 신호라는 지적도 있다.
“상황이 크게 악화할 것으론 안 본다. 일본 국채를 발행하면 자산 투자자들이 사고 있다. 일본의 재정 적자라지만, 민간을 포함한 경상수지는 흑자다. 경상수지가 흑자인 한, 일본 경제는 큰 문제가 없다. 일본은 여전히 국채를 추가 발행할 여력이 있다. 어느 정도까지 더 발행해도 괜찮은지는 알기 어렵지만, 지금은 큰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에 중국의 성장률 추락이란 리스크가 등장했다.
“중국 성장률이 낮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성장 단계에서 보였던 높은 성장률은 끝났다는 의미다. ‘중국의 일본화’란 말이 맞을지는 모르지만, 중국 경제의 성숙화란 의미로 본다. 세계 경제가 (중국 탓에) 극단적으로 악화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 인도가 앞으로 7%씩 성장해 이전의 중국 역할을 맡을 것이다. 중국 동향을 볼 때 호주 달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것도 포인트다. 호주 달러는 비교적 중국 위안화하고 연동하는 경향이 큰 만큼, 중국 성장률이 떨어졌을 때 호주 달러가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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