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손잡은 구글, 클라우드 시장 AI로 승부수
“인공지능(AI)은 앞으로 모든 산업과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업무 방식이 전부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2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2019년 이후 4년 만에 대면 행사로 치러진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3′ 기조연설에 나선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이 (변화의) 순간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고 했다. 피차이는 이날 평소 선호하는 카디건 같은 편안한 옷차림 대신 빳빳하게 다려진 회색 정장 차림으로 1만8000여 명의 청중 앞에 섰다. 현장 참석자들 사이에선 “AI 시장에서 기선 제압을 위한 ‘전투복’을 고른 듯하다”는 평이 나왔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 이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만년 3위’인 구글 클라우드가 AI를 앞세워 대대적인 역습에 나선다. 행사에서 구글 클라우드는 차세대 AI 훈련용 반도체부터 20가지가 넘는 AI 기반 신기술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구글 클라우드를 쓰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AI 기능들이다. 현장에서 만난 강형준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 사장은 “생성형 AI의 출현은 고착화됐던 클라우드 시장의 판세를 바꿀 절호의 기회”이라며 “구글은 클라우드에선 후발 주자지만, AI에선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를 개발한 원조 맛집”이라고 했다.
◇‘AI 황태자’ 젠슨 황과 동맹
구글은 이날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신제품 ‘TPU v5e’를 공개했다. 전작보다 AI학습 성능은 2배, 추론 성능은 2.5배 개선된 제품으로, 보다 강력한 컴퓨팅 능력을 고객사들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목을 받은 제품은 따로 있었다. 바로 엔비디아의 최첨단 AI반도체 ‘H100′을 탑재해 전작 대비 성능이 3배 좋아진 AI 훈련용 ‘A3 VM(가상머신)’이다.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가죽 재킷을 걸치고 무대에 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구글과 엔비디아의 컴퓨팅 전문가가 힘을 합치게 된 것이 기쁘다”고 말하자, 객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가 “양사 협업으로 가장 기대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황 CEO는 “뛰어난 자동화 경험”이라고 답했다.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연산력에 구글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합쳐지며 고객들에게 최고의 AI 개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수퍼컴퓨터 구독 서비스 DGX가 구글 클라우드 위에서 작동할 것이고, 향후 몇 주 내 구글의 생성형 AI 플랫폼인 ‘버텍스AI’가 H100 위에서 구동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양사가 동맹을 선언하자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날 대비 4.16% 올라 역대 최고가인 487.84달러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1조2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클라우드용 AI 신기능 쏟아내
순다 피차이 CEO는 “오늘부터 구글의 사무용 플랫폼 ‘구글 워크스페이스’에서 쓸 수 있는 생성형 AI 비서 ‘듀엣(Duet)AI’를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실시간으로 진행된 시연에선 이용자가 잡다한 사무용 파일이 업로드되어 있는 구글 드라이브에서 특정 주제를 제시하며 ‘발표용 자료로 만들어’라고 말하자 5~6초 만에 듀엣AI가 초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구글의 화상용 회의 툴인 ‘구글 미트’에서 자동으로 회의록을 정리해주고, 실시간으로 발표자의 말을 18개 언어로 번역한 자막을 달아 언어 장벽을 없애주기도 했다. 테크 업계에서는 듀엣AI가 오픈AI의 생성형 AI기능을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MS 365 코파일럿’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본다.
구글은 이날 머신러닝 플랫폼 버텍스AI에 새로 추가한 AI 기능도 여럿 공개했다. AI에 10여 장의 회사 로고 등 홍보용 이미지를 입력하면 회사를 연상시키는 특정 ‘스타일’을 생성하고, 이를 활용한 ‘회사 스타일’로 각종 시각 자료도 만들어준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AI 기술을 얼마나 쓰기 편하게 제공되는지가 클라우드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클라우드는 한번 사용하면 회사를 바꾸지 않는 경향이 강한 시장인데, 구글의 AI 신기능이 이런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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