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CEO 공백’ 끝낸 KT 김영섭號… 첫 일성은 “고객”

김봉기 기자 2023. 8. 31.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제 임직원과 ‘타운홀미팅’ 취임식… ‘고객·역량·실질·화합’ 강조
김영섭 KT 신임 대표가 30일 경기 성남시 KT 분당 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김 대표가 취임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KT 경영 공백은 9개월 만에 해소됐다. /KT

매출 25조원, 임직원 5만8000명의 재계 12위 KT그룹을 이끌 ‘김영섭호(號)’가 30일 정식 출범했다. 김영섭 신임 KT 대표는 이날 서울 우면동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뒤, 곧바로 경기 성남시 분당 KT 사옥에서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가졌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KT가 ICT(정보통신기술) 역량에서 최고의 전문가 집단으로 도약하고, 건실한, 지속 성장 에너지를 쌓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뛰어난 역량이 있으면 핵심 인재로 우대하겠다”며 파격 인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날 취임식은 김 대표가 인사말을 한 뒤 직원들에게 받은 질문에 바로 답하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됐다. KT는 이날 취임식을 사내 방송을 통해 KT 전 그룹사에 생중계했다.

◇취임사 키워드, 고객·역량·실질·화합

김 대표는 이날 취임사에서 ‘고객’ ‘역량’ ‘실질’ ‘화합’ 네 가지를 언급하며 “이를 지향하면 1등 위상을 빠른 시간 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LG 출신인 김 대표는 “내가 다른 기업에서 만 39년간 재직하다가 KT와 함께하게 됐는데, 평생 머릿속에 두고 있는 것이 고객”이라며 “KT가 발전하고 굳건해지기 위해선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나와 여러분은 맡은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가 돼야 한다. 고수가 되면 어딜 가도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역량을 강조했다. 특히 직원들에게 “숫자로 대표되는 경영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기보다, 사업의 본질을 단단히 하고 미래 성장 에너지를 제대로 쌓고 있는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성과를 추구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김 대표는 ‘화합’을 언급하면서 “KT 구성원들은 함께 성과를 내고 보람을 같이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앞서 강조한 고객 가치, 역량, 실질을 높이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

사실상 약 9개월간 이어진 ‘CEO 공백’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앞으로 김 대표가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 대표는 ‘KT의 성장을 위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 분야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KT는 ICT에서 CT(통신기술)를 잘해왔고, IT(정보기술)에서 좀 더 빠른 속도로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우리가 잘 지원할 수 있는 1등 ICT 역량이 갖춰지면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취임사에서 “통신 네트워크 안정 운용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내용도 주목받았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전임자인 구현모 전 대표는 통신 본업보다 KT를 플랫폼 기업으로 키우는 데 방점을 둔 측면이 있었다”며 “그런데 김 대표는 기본 사업인 통신을 강조하면서 뭔가 차별화하려 한 게 아닌가 싶다. 김 대표가 LG에서 IT 분야에 몸담았던 만큼 비(非)통신 부문에 대해 자신만의 별도 구상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직원들에게 ‘인사·조직 개편을 어떻게 할 계획이냐’는 질문도 받았다. 그는 “경영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진행돼야 하지만, KT인(人) 대부분 훌륭한 직장관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함께 가야 한다고 본다”며 “조직을 운영하면서 순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처우와 대가로 인정받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당장 대규모 조직·인적 쇄신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통신 업계에선 “김 대표가 KT 출신이 아닌 만큼 조직 화합을 상당히 신경쓰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김 대표를 잘 아는 재계 인사는 “먼저 1~2개월 정도 함께 일하면서 직접 역량을 파악한 뒤 어떻게 바꿀지 결정하겠다는 의미이지, 쇄신을 안 하겠다는 얘기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