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외국어 표기 의미와 자세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살 때, 기업이 광고할 때 물건의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제품이 상품(上品)이 되고 상품이 브랜드가 되는 과정 속에서 물건은 명품화된다. 이 과정 속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이름이다. 이름은 존재의 본질과 의미, 그리고 그 물건의 상징성을 대변하기에 이름은 물건의 정체성을 규정하기도 하고 이미지를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된다.
글로벌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일상에서 외국어를 쉽게 접한다. 영어뿐만 아니라 다수의 외국어가 사용된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아파트 이름은 외국어로 도배가 되고 있다. 읽기도, 기억하기에도 힘들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이름이 많아졌다. 외국어로 아파트명을 지어야 아파트 브랜드 가치가 상승된다는 이유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글로 된 이름이 세련되지 못하다는 편견에서 온 것은 아닐까. 외국어로 된 명칭을 사용해야 뭔가 세련되고 고급져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비단 아파트뿐만이 아니다. 문화시설물도 온통 외국어로 작명을 하고 있다. 심지어 지자체 명소들도 외국어로 작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시선이 아니다. 우리말이 분명 있는데, 굳이 외국어를 사용하는 당위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것이다. ‘외국어를 사용해야만 브랜드 가치가 상승한다’는 불명확한 논리는 외국어 남발로 이어지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어 남발의 문제점을 넘어 외국어 조합이 문법적으로 맞지 않거나 철자표기 오류 등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참으로 많다.
외국어를 우리말 발음으로 표기해 사용하다 보면 웃지 못할, 또는 비어나 속어에 가까운 단어들도 등장한다. 반대로 우리말 발음대로 영문으로 표기할 때도 비슷한 현상들이 일어난다. 이 글에 기술할 수는 없지만, 단어와 단어가 합성된 단어들 중 비속어와 유사하게 발음되거나 표기돼 당혹스러운 경우도 생긴다.
이렇듯 외국어로 작명할 경우 그 발음이, 또는 그 철자가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에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국어와 영어 조합인 소위 콩글리시이거나 외국인은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하는 경우도 많아 과연 누구를 위해 영문으로 표기를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례가 많다. 영문표기 이용대상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영문을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영문표기 방식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들을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어 발음을 소리 나는 대로 영문 철자로 표기하다 보니 동일한 이름인데, 영문 철자는 상이한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된다.
가령 가족 중 아버지는 이 씨 성을 ‘Lee’로 여권에 표기하고, 아들은 ‘Yi’로 여권에 이름을 표기한다면, 우리말 발음으로는 모두 ‘이’이지만, 외국인 관점에서는 발음이 유사할 뿐 가족이 아니라고 판단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 교통안내 표지판에 ‘이화’를 ‘Ewha’로 표기된 안내판과 ‘Iwha’로 표기된 안내판이 근접거리에 설치돼 있기도 했다. 경남도 ‘Kyung Nam’이라고 표기된 경우와 ‘Gyung Nam’으로 표기된 경우들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부산의 대표 랜드마크 중 하나인 ‘광안대교’는 영문명으로 ‘다이아몬드 브리지’이다. 이름에서 의미도, 표기번역에도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전혀 다른 두 개의 이름이다. 외국인은 이 두 개의 교량명을 같은 교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문으로 소개되는 매체에 광안대교는 Gwangandaegyo Bridge 또는 Diamond Bridge로 혼용된다. 심지어 Gwangandaegyo Bridge는 표기법도 틀렸다. ‘daegyo’와 ‘bridge’를 함께 쓰는 것은 맞지 않다.
이와 같은 외국어 표기의 오류들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표기한 것이 아닌 우리의 시선과 관점에서 영문명으로 변경하다 보니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난 것이라 여겨진다. 무조건 외국어 표기를 금하고 순우리말을 사용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콩글리시 사용, 외국어 남용 등은 언어유희에서 파생되는 현상인지 혹은 우리 사회가 사대주의 현상 속에 있는 건 아닌지 숙고해 볼 문제이다. 외국어 사용에 좀 더 신중하고 올바른 표기법으로 정확하게 사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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