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99] 대통령의 ‘OB’론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방향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는 골프로 치면 250m, 300m 장타를 칠 수 있는 실력이 있는데 방향이 잘못되면 결국 OB(out of bounds)밖에 더 나겠나. 국정에서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나무랄 데가 없다. 문제는 OB란 너무 왼쪽으로 감기거나 너무 오른쪽으로 밀렸을 때 생긴다는 데 있다. 먼저 친 선수가 너무 왼쪽으로 쳐서 OB가 났다고 해서 다음 선수가 너무 오른쪽을 겨냥하는 것 또한 OB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른쪽을 향해 섰던 비스마르크가 최초로 사회보장 제도를 실시하고, 급속한 경제개발을 추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린벨트를 설정한 것이야말로 두고두고 본받아야 할 국정의 방향 잡기라 할 것이다. 왼쪽을 향해 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미 FTA를 추진한 것 또한 바람직한 방향 잡기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가치와 이념을 내세우면서 지나치게 오른쪽만을 강조한다. 물론 지난 정권이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좌편향으로 대한민국의 기본 가치와 이념을 손상한 데 따른 반작용으로 읽힌다. 지난 정부가 오죽했으면 저럴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장관들이 오른쪽을 지향해 정책을 펴더라도 대통령은 나라 전체를 보아야 한다. 그래야 완급 조절이 되면서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루게 된다.
30일 국무회의에서는 “논리와 말을 가지고 싸우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반대파와 싸우려 해서는 안 된다. 전술만 있고 전략이 없어서는 전장을 지휘하지 못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좌익 출신 조봉암을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삼아 농지개혁에 성공시킴으로써 대한민국을 반석에 올려놓았음은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잘 알 것이다. 이렇게 해야 OB가 나지 않는다. 장관들이야 OB를 내도 ‘멀리건(벌타 없이 다시 치게 해주는 것)’이라는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대통령이 낸 OB는 구제받기 어렵다. 통 크게 보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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