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3대 펀드 비리’ 철저히 규명해야

박태우 기자 2023. 8.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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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새해 벽두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태가 발생한다.

금융위원회는 그 해 1월 14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경고음이 울리던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어 한 달 뒤인 2월 17일 업계 1위였던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를 단행했다. 금융당국과 검찰 수사로 밝혀진 부산저축은행은 그야말로 ‘비리 덩어리’였다. 내부에서 이미 썩을 대로 썩은 상태였다. 광주제일고 동문들이 임원과 감사를 싹쓸이해 자신들의 친·인척들에게 7300억 원을 대출해 줬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6400억 원이 회수 불가능이다. 또 120개가 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여기에 4조5000억 원이 넘는 대출이 나갔다. SPC 경영진 역시 임원들의 친·인척이 맡았다. 이렇게 부산저축은행 임원들과 친족들은 막대한 돈을 챙겼다. 또 SPC를 이용해 캄보디아 ‘캄코시티’ 등 해외에 수천억 원의 투기성 투자를 했고, 아직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피해는 예금주들에게 돌아갔다. 추산 피해자만 3만8000명에 달한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권세가의 추악한 면모가 함께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대주주, 지역 유지 등 토호 세력들은 영업정지 전날 밤 대규모로 돈을 빼갔다. 정권 실세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로비를 받고 이들을 비호한 사실도 밝혀졌다.

13년이 흘렀지만 금융 비리는 반복된다. 금융감독원의 재조사로 전임 정권 시절 벌어진 이른바 ‘3대 펀드’ 사건이 재조명된다.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 사태다.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불법거래를 통해 부정하게 펀드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2019년 10월 환매가 중단된 것이 라임 사태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는 1조6000억 원 규모다. ‘단군이래 최대 금융사고’로 불렸다.

옵티머스 사태는 부실 채권이나 펀드 돌려 막기로 1000여 명에게 5600억 원의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디스커버리 사태는 2019년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의 펀드(2562억 원 규모)가 미국 현지 운용사의 법정관리로 환매가 연기되면서 발생했다. 3대 사건 모두 문재인 정권 실세들의 연루설이 파다했다. 당시 여당 핵심 인사의 한 측근은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사건에 대한 실체는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근 금감원이 3대 사건을 재조사해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냈다. 유력 인사에 대한 특혜성 환매가 이뤄졌고, 펀드 투자를 받은 회사에서는 2000억 원 대의 횡령 등이 추가로 적발됐다. 유력자는 손해를 보지 않고, 선의의 피해자만 고통받는 점은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닮았다. 201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 관련 투자자 수는 1만3176명, 판매 잔액은 5조159억 원에 달한다. 절반 가량이 3대 펀드 피해다. 올해 3월 말 기준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사모펀드 분쟁 민원은 총 2604건, 잔류 민원은 총 1055건이다. 환매 중단된 펀드 투자자에 대한 피해 보상 총액은 2조3838억 원. 전체 피해 금액(5조159억 원)의 47.5%에 불과하다.

야권은 금감원이 3대 펀드 사건을 다시 들춘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한다. 내년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전 정권 흔들기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이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의심의 배경이다. 이미 검사와 제재 등 행정적 처분이 끝난 사안인데 재검사에 착수한 명분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이 특혜성 환매를 받았다고 적시한 국회의원이 반발하면서 진실 공방도 벌어진다.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방치했거나 묵인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야권에서는 이번 펀드 재조사와 관련, 금감원을 ‘금융정치원’이라고 비판한다. 천문학적 피해액과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금융 비리는 사회적 재난이다. 금감원이 야권의 의심을 해소하고 재조사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길은 명확하다. 한 점 의혹 없이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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