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구매력 53년만에 최저… “6개월내 달러당 155엔 갈수도”

도쿄=이상훈 특파원 2023. 8.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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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 유로화와 함께 세계 3대 기축통화로 꼽히는 일본 엔화의 구매력이 5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30일 보도했다.

이날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통계에 따르면 엔화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볼 때 올 7월 기준 74.31이었다.

이는 엔화 환율이 달러당 360엔으로 고정된 1970년 이후 가장 낮았던 지난해 10월(73.7)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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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융완화-디플레 장기화 영향
실질실효환율지수 1970년 수준
금 투자 늘며 1g당 1만엔 첫 돌파
휘발유값도 사상최고… 가계 부담
미국 달러화, 유로화와 함께 세계 3대 기축통화로 꼽히는 일본 엔화의 구매력이 5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30일 보도했다.

경기가 30여 년간 침체한 ‘잃어버린 30년’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화폐를 찍어내 유동성을 푸는 금융 완화 정책이 길어지면서 엔화 가치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휘발유 값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엔-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가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 역시 환율 하락으로 구매력이 낮아지고 있어 한일 양국이 비슷한 길을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통계에 따르면 엔화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볼 때 올 7월 기준 74.31이었다. 이는 엔화 환율이 달러당 360엔으로 고정된 1970년 이후 가장 낮았던 지난해 10월(73.7)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한 나라 화폐가 다른 나라 화폐보다 구매력이 실제로 얼마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실질실효환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해당 화폐를 가진 사람의 구매력은 떨어진다.

엔화 구매력이 기록적으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수입 물가,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날 일본 휘발유 평균 가격이 L당 185.6엔으로 역대 가장 비쌌다. 일본 수입물가지수는 2021년 말 대비 10%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엔-달러 환율이 한동안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하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엔-달러 환율이 147엔을 넘은 가운데 3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146.18엔을 기록했다.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해외에서 물건을 살 때 지불해야 하는 값이 올라 수입 물가가 오른다.

일본 최대 귀금속 기업인 도쿄 다나카귀금속공업에서는 이날 오전 금 1g 판매가가 1만50엔(약 9만 원)으로 책정되며 사상 처음으로 1만 엔대를 돌파했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고 달러화나 금 매입에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닛케이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는 올랐지만 수출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국내 부(富)가 외국으로 유출되고, 또다시 엔저(低)가 진행되기 쉬운 환경”이라고 짚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 기업 해외 생산 비율은 26%로 20년 새 2배로 높아졌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카마크샤 트리베디가 이끄는 전략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6개월에 걸쳐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5엔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올 4월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현재 금융 완화 정책을 당분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국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한때 4% 넘게 오르며 세계 시장에서 일본 엔화와 더불어 대표적인 가치 하락 통화로 꼽히고 있다.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교역 조건 악화는 한일 양국이 함께 겪고 있는 과제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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