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號 출범… “역량 없으면 혁신당해”

남혜정 기자 2023. 8.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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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신임 대표 공식 선임
“ICT 고수돼라” 직원들과 첫 미팅… 5개월 경영공백 딛고 정상화 속도
실용-핵심 강조하던 ‘재무통’ 출신… 비주력 사업 등 구조조정 나설듯
30일 경기 성남시 KT 분당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영섭 신임 KT 대표가 직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KT 제공
5개월간 최고경영자(CEO) 공백 사태에 놓여 있던 KT가 신임 대표이사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선임했다. 새 수장을 맞이한 KT가 장기간 경영 공백과 각종 논란을 딛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통신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통신 ICT 내실 다져 사업 확장”

KT는 30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김영섭 대표이사 선임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2026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2년 7개월 동안 KT를 이끌게 됐다. 신임 사내이사에는 KT 네트워크부문장 서창석 부사장을 선임했다.

새 수장을 찾은 KT는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김 대표는 이날 취임사를 통해 ‘고객’, ‘역량’, ‘실질’, ‘화합’ 4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KT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며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공식 선임 이후 첫 행보로 신입·중견사원 등 임직원 약 40명이 참석한 타운홀 미팅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취임 이후 통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내실을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성장하는 KT를 위해 관심 있는 사업 분야’를 묻는 질문에 “KT는 통신기술 분야를 잘 해왔고 정보기술(IT)에서 좀 더 빠른 속도로 역량을 모아서 ICT 고수가 돼야 한다”며 “1등 역량이 갖춰지면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의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경영 공백이 길었음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온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지난 4주 동안 KT와 주요 그룹사의 경영진을 만나며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KT는 유무형 자산 외에도 인재,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 근간을 책임진다는 자부심 등 자산이 많은 기업”이라며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지속성장 기반을 건실하게 쌓아가면 더 힘차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조직 개편 방향성’을 묻는 임직원들의 질의에 대해 “경영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인사와 조직 개편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진행돼야 한다”면서도 “대부분 훌륭한 직장관을 갖고 일하는 분들이기에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고수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은 할 사람이 많다”면서 “역량이 없으면 강제로 혁신을 당하게 된다. 분야별 리더들이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조직 내부 안정 뒤 비주력 사업 정리 전망

그는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LG CNS 대표 시절부터 ‘재무통’이자 ‘실용’과 ‘핵심’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T에서도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회계 및 사업체계를 투명하게 하는 작업도 동시에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T 그룹은 6월 30일 기준 10개의 상장사와 40개의 비상장사 등을 포함해 총 5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취임 직후 대규모 구조조정 등 강력한 인적 쇄신을 펼칠 것이라는 KT 안팎의 예상과 달리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은 뒤 순차적으로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해 11월 연임 도전에 나섰던 구현모 전 대표를 비롯한 전임 경영진의 일감 몰아주기와 배임 의혹 등이 불거지며 경영 혼란은 물론 검찰 수사를 겪으며 구성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장기간 대표 부재로 인해 아직 마치지 못한 임단협 협상도 넘어야 할 과제다. 10월 새 노조위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이달 초부터 경영권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지 않고 직접 임원들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현안을 파악해 왔다.

김 대표는 KT의 탈통신 전략인 ‘디지코’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달 중순 사업부별로 임원들의 보고를 받으며 디지코라는 슬로건이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는 적합하지만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영역까지 모두 아우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대표는 다음 달 7∼8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주최 통신 박람회인 ‘모바일 360 APAC’에서 기조연설에 나서며 공식 석상에 데뷔할 예정이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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