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위탁생산 넘어 독자모델 개발 속도내야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SMR(소형 모듈 원자로) 연구와 기술은 한때 우리나라가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도국이었지만 지금은 선진국을 추격하는 신세가 됐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위탁 제작을 넘어 한국형 SMR이라는 독자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국내외에서 원전 30기를 건설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형 SMR 개발에도 발 빠르게 나섰다.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다목적 소형 원전인 ‘스마트’를 개발해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 설계 인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탈원전 정책은 SMR 기술 역량을 후퇴시켰다. 정부 지원은 사라졌고, 원전 기업들도 투자 여력이 없어 기술 개발이 올스톱됐다. 우리나라가 탈원전 암흑기를 거치는 동안 원전 선진국과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기술 면에서 두세 발 앞서갔다.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면서 국내에서도 SMR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독자 모델 개발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정부는 최근 국내 독자 모델 SMR 개발 사업에 2028년까지 총 399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최근 캐나다 앨버타주(州) 정부와 한국형 SMR 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10년 내 캐나다에 10조원 규모의 한국형 SMR을 수출하는 것이 목표다. 경북 울진에선 2030년 목표로 국내 첫 SMR 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예상 발전 용량은 462㎿로 국내 4인 가족 기준 9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독자 SMR 모델 개발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 기업들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앞선 기술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지만, 독자 모델 없이는 해외 SMR 개발사의 보조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종순 조선대 교수는 “우리에게 ‘스마트’ 기술과 노하우가 있지만 SMR 개발이 늦어지는 사이 원자력 공급 체계, 안전 요건 등 기술이 많이 바뀌어 빠르게 업데이트해 발전시켜야 한다”며 “파운드리도 중요하지만 결국 독자 모델 개발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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