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교수를 고교생 멘토로… 가치 있는 일 찾아 현실로 만듭니다”
2025년부터 ESG 공시 의무화
기업의 사회적 의무 더욱 커져
교육 불평등 해소-난임 치료 등 투자자 네트워크 꾸려 사업 발굴
7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창업기업 육성 공간인 팁스타운. 은퇴한 전문가와 학생을 연결하는 교육 스타트업 ‘임팩터스’의 김보경 대표는 이날 한자리에 모인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인 ‘킨(KIIN·Korea Impact Investing Network)’ 회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부터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이나 진로, 직업 관련 수업을 선택해 이수하도록 하는 제도로, 2025년까지 전국 고교에 전면 도입된다. 킨은 2015년 임팩트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려는 차원에서 민간이 주도해 결성됐다. SK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인 ‘행복나래’가 운영사무국 역할을 맡고 있다.
● 은퇴한 전문가들, 청소년 멘토로
김 대표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전문 분야 인력이 편중된 수도권과 지방 간 교육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은퇴자를 활용하면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를 살릴 뿐 아니라, 교육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팩트 투자라는 개념은 2000년대 후반 해외 기업들 사이에서 먼저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2025년부터 국내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 제도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그만큼 지속 가능한 발전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이런 영향을 받아 킨에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나 일반 투자자들도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211명이 정기모임에 참여했다. 정기모임은 1년에 3, 4회 개최되며,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모임에서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해 강연을 열고, 트렌드를 공유한다. 참석자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교류하는 기회를 갖는다. 최근 모임에서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에 따른 이슈와 시장기회’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인공지능(AI) 활용방안’ ‘탄소 중립 시나리오와 새로운 시장기회’ 등을 주제로 다뤘다. 정기모임과 별도로 진행되는 소모임에서는 기업홍보(IR), 케이스스터디 등이 이뤄진다.
● 혁신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도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는 임팩트 투자를 지향하는 킨의 회원사다. SK그룹이 2014년 KAIST에 출연한 기금으로 설립된 KAIST 자회사로, 혁신 기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최근에는 치매 조기 진단 및 예측을 위한 진단 솔루션을 개발하는 ‘브레디스헬스케어’, 청년 의사들로 구성돼 난임 치료 과정을 지원하는 ‘삼신’, 뇌파 및 맥동파 분석으로 우울증 예방을 돕는 ‘비웨이브’ 등에 투자했다. 모두 혁신 기술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예측, 진단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기업들이다.
정 대표는 한국의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해 이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펀드인 ‘드레이퍼 아테나’의 기술창업팀에서 15년간 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KAIST에서 학생 창업에 대한 자문을 맡은 인연으로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의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미국의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세계의 질병이나 빈곤 퇴치, 교육과 정보기술(IT) 사업을 찾아 투자한다”며 “시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나아가 전 세계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창업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창출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임팩트 투자 |
기업의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한 투자를 말한다. 투자자들은 수익을 창출하면서 빈곤해소, 환경 보호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나 기업을 찾아 투자한다. |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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