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모디 ‘브릭스 악수’ 닷새만에, 中-印 영토분쟁 재점화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2023. 8. 3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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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모디, 긴장완화 합의에도…中, 지도에 분쟁지역 자국영토 표시
印 “中에 뒤통수 맞았다” 강력반발…“시진핑 내달 G20 초청말라” 주장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디 인도 총리
중국과 인도 간 국경 분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서 만나 국경 긴장 완화에 합의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29일 텅쉰왕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은 이날 ‘전국 측량 홍보의 날’을 맞아 2023년판 중국 표준 지도를 공개했다. 이 지도에는 중국과 인도 간 국경 분쟁 지역인 히말라야 남쪽 아루나찰프라데시주(州)와 카슈미르 지역 아크사이친 고원이 모두 중국 영토로 표시돼 있다. 아루나찰프라데시주는 인도가, 아크사이친 고원은 중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곳이다.

● “뒤통수 맞았다” 인도 반발

이날 중국의 지도 공개에 인도는 강하게 반발했다. 수브라마니암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인도 뉴스채널 ND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인도 영토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도 영토가 중국 영토가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아린담 바그치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국경 문제 해결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며 “인도는 근거가 없는 중국의 주장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인도가 발끈한 것은 닷새 전인 24일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모디 총리가 손을 잡고 국경 긴장 완화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양국 정상이 두 나라 관계 개선과 국경 긴장 완화 노력을 강화하도록 관련 당국에 지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도 “시 주석은 중국-인도 관계 개선이 양국 이익에 부합하고 세계와 지역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 브릭스 회의에서 인도는 ‘브릭스 외연 확대’라는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며 성의 표시를 했다. 당초 브릭스 회원국 추가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인도가 입장을 바꾸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6개 나라가 신규 가입에 성공했다. 그 덕분에 중국은 브릭스의 몸집을 키워 미국에 맞서겠다는 목표를 보다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국경 분쟁 지역을 자국 영토로 편입시킨 지도를 발행한 것에 대해 인도는 ‘뒤통수’를 맞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부 인도 정치인들은 다음 달 9,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신뢰가 손상된 시 주석을 초청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양국 분쟁 지역 풍부한 자원 매장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3440㎞의 실질통제선(LAC)이 사실상 국경 역할을 하고 있다. 1962년 전쟁까지 치렀지만 국경을 확정하지 못한 것이다. 이 지역은 대부분 히말라야 고원과 강, 호수, 만년설 등으로 경계가 허술한 것이 사실이다.

중국은 인도가 실효 지배 중인 아루나찰프라데시 전체를 ‘남티베트’라고 명명하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인도는 1962년 중국이 점령한 아크사이친 고원이 인도 영토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양국이 분쟁을 불사하며 이 지역을 자국 영토에 포함시키려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대규모 자원이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는 석탄과 석유, 가스가 대량 매장돼 있고 대리석, 석회석, 철, 흑연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크사이친 고원은 아시아 최대 금속 매장지로 세계에서 7번째로 큰 납 아연 광산이 있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은 2020년 6월 히말라야 국경지대 갈완 계곡에서 양국 군인들의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하면서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당시 충돌로 군인 4명이 사망했다. 두 나라는 이 충돌 이후 국경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대화를 이어왔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말에도 양국 군대가 국경 분쟁 지역에서 2년 반 만에 충돌하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당시 중국과 인도 양측은 상대 군대가 먼저 국경을 넘었다며 상반된 주장을 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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