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언어, '30년 뒤 괴물'
고발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피고발자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모두를 놀라게 한 건 고발 죄명이다. 살인죄였다. 김어준 방송에서 박 시장이 설명한다. “신천지가 협조하지 않으면 코로나가 확산되고 사망의 결과에 이른다...이를 알았으니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다.” 황당한 비약이다. 2015~2019년 독감 사망률 0.1%였다. 그 논리면 전철에서 기침한 독감 환자도 살인자다. 어쨌든 히트는 쳤다. 그리고 다음 날 더 센 게 나왔다.
경기도청의 이만희 체포조다. 이 총회장을 잡겠다고 공무원이 나섰다. 공무원 20여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목은 온통 이재명 지사였다. 가평 신천지 연수원을 직접 치고 들어갔다. 진입 직전 내부 보고가 있었다. ‘이 회장이 뒷문으로 달아나서 없습니다.’ 하지만 밀고 들어갔다. 동행한 카메라만 수백대다. 방송도 함께했다. 그들에게 줄 장면이 필요했다. 승리는 ‘코로나 체포조’였다. ‘살인죄 고발’은 약했다. 코로나와 엮인 대권 정치쇼였다.
객관적인 상황은 어땠을까. 통계가 있다. 그해 1월 서울대병원 자료다. 우한폐렴 치사율을 2%로 봤다. 사스(SARS) 15%, 메르스(MERS) 28%보다 낮게 잡았다. 그해 12월31일 잡힌 실제 치사율이 있다. 1.48%였다. 오버였다. 지금도 민망하다. 당연히 두 이벤트 모두 말로 끝났다. ‘살인죄 적용’도 없었고 ‘행정기관 체포’도 없었다. 그런데도 욕비난은 덜했다. 그만큼 코로나 공포가 컸다. ‘막자’는 목소리 앞에 보수·진보가 없었다.
2023년 8월. 이번엔 후쿠시마 오염수다. 그때와 다르다. 정파에 따라 주장이 대립한다. 야당은 공포심을 끌어올린다. 여당은 괴담이라며 찍어 누른다. 국민까지 극단적으로 갈렸다. 한쪽은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다른 쪽은 ‘먹어도 된다’고 한다. 여론조사 따질 것 없다. ‘윤석열 좋으면 안전’, ‘윤석열 싫으면 공포’다. 이렇게 넉 달째다. 어민·횟집 사장·생선 장수들이 다 죽는다고 난리다.
경기도가 대책을 냈다. 현장 감시 강화, 방사능 검사 확대, 원산지 표기 강화.... 노란 점퍼 공무원들로 진치는 공판장? 방사능 체크기 들이대는 활어 센터? 원산지 뒤적이는 감시반? 이래서야 생선 팔리겠나. 경기도의 대표 해안 도시는 화성시다. 11개 어항, 2천87명이 어업을 한다. 지난해 어획량 1만4천851t이다. 여기도 시장이 어민 살릴 대책을 말했다. 경기도 대책 그대로다. 어민 살리겠나. 대책이야 되겠지만 해결책은 아니다.
바로 그날, 김동연 지사 말이 있었다. SNS에 직접 적었다. ‘30년 뒤 어떤 괴물을 만들지 모른다’ ‘(이 문제는) 책임과 무책임의 문제다’.... 논리 전개를 위해 영화를 꺼낸 것 같다. 이렇게까지 공포심을 끌어올릴 일인가. 30년 뒤 있을지 모른다는 가정(假定)을 전제한다. 이게 무책임 아닌가. 어떤 도민은 환영할 것이다. 어떤 도민은 비난할 것이다. 절반은 돌아설 말이다. 여기에 어민·횟집·생선 장수는 절망한다. 이런 말이 왜 필요했을까.
수준 높은 대권 정치인가. 그전에 경기도지사다. 1천300만명의 책임자다. 언어가 곧 약속이고 판단이다. ‘다리 놓겠습니다’고 하면 놔야 한다. ‘이건 나쁩니다’고 하면 나빠야 한다. 어민, 횟집, 생선 장수도 다 도민이다. 기대했던 도지사 언어가 있다. “도민 여러분 생선 많이 드세요. 경기도가 안전을 지킵니다.” 듣고 싶지 않았던 언어가 있다. ‘도민 여러분 생선 먹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어느 쪽이었나.
방류 하루 전 23일, 수원 H횟집에 갔다. 72석 홀에 7명 있었다. 방류 5일째 28일, 수원 W조개구이 집에 갔다. 150석 홀에 한 명도 없었다. 텅 빈 가게 지키는 두 사장님. 그들에게 괴물은 물(水)이 아니라 말(言)이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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