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서 마약 투약한 선원 "자수하겠다"더니 잠적···범행 들킨 배경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본문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당섬부두 선착장에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마약을 투약한 40대 선원이 돌연 잠적해 경찰이 쫓고 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어선 갑판장 40대 A씨를 추적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9일 연평도의 한 민박집에서 부하 선원 B씨(40대 남성)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투약 이틀 뒤인 지난 21일 중부경찰서를 찾아 "연평도의 한 민박집에서 A씨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경찰은 연평도에서 일하고 있던 A씨에게 연락했다.

A씨는 경찰에 "마약을 투약한 사실을 인정한다"며 "오늘은 배편이 없으니 22일 오전에 배를 타고 섬에서 나가 자수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배편이 없다는 말은 거짓이었고 그는 즉시 연평도를 빠져나가 흔적을 감췄다.

B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중 갑판장 A씨가 '필로폰을 맞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권유해 호기심에 함께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함께 마약을 투약한 A씨가 100여만원을 빌려주지 않으면 마약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수차례 협박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B씨는 실제 A씨에게 100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에 모발과 소변을 임의제출했고 현장에서 실시한 마약류 간이시약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B씨의 모발과 소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아직 입건도 하지 못한 상태"라며 "자수한 B씨 진술만으로는 A씨를 추적하기 위한 체포·압수·통신영장 등을 발부받기 쉽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추적해 검거할 가능성이 높다며 잠적한 A씨 소재를 추적하는 한편 연평도에서 어떻게 나왔고 마약을 어떻게 구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