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막으니 뒷문으로 북한이…美, 북러간 무기거래 고강도 '견제'
한미일-북중러 대치 구도 심화 속 북중러 군사협력 노골화 경계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이 제3국 정상 간 서한 교환 첩보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북한과 러시아 간의 무기 거래를 강하게 견제하고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0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북러 무기거래 협상 진척 상황을 소개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한을 교환했다는 정보 사항을 공개했다.
그와 더불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방북(7월 25∼27일) 이후에 또 다른 그룹이 북러간 무기 거래를 위한 후속 논의차 평양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커비 조정관은 "무기 거래(협상)에 따라 러시아군은 북한으로부터 상당한 수량과 다양한 유형의 탄약을 공급받을 수 있다"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러간 무기거래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한 약속대로 러시아와 무기거래 협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러간 무기 거래를 강하게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16일 북러간 무기거래를 중재한 러시아 국적 베루스, 슬로바키아 국적의 베르소, 카자흐스탄 기업인 디펜스 엔지니어링 등 3개 기관에 대해 제재를 발표했다.
또 지난 3월 백악관은 북한과 러시아가 탄약 등 무기와 식량을 주고받는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정보 사항을 공개했고, 작년 말에는 북한이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에 무기를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이 같은 견제는 팽팽한 전황의 균형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후방 병참기지 역할을 하는 데 대한 우려로 볼 수 있다.
미국은 그간 유럽과 함께, 중국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했고,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강도 높은 경고 속에, 중국은 개선을 모색해온 대서방 관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듯 직접적인 대 러시아 군사 지원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런 터에 미국과의 관계에서 더 이상 잃을 것이 거의 없는 북한이 중국 대신 러시아의 후방 병참 기지 역할을 하는 상황은 미국이 짜고 있는 대러시아 봉쇄망에 큰 구멍을 의미하게 된다.
북러 무기거래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는 하지만 북한의 최근 연쇄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해 안보리가 추가 제재를 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보리 차원의 실효적 제재 수단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보유한 거부권은 대북 제재 강화에 거대한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러시아에 무기를 넘기는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의 지지 속에 핵·미사일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고, 심지어 미사일 등과 관련한 선진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미국이 상황을 고도로 주시하는 배경의 하나일 수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팔 경우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방어해주고 나아가 허용해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핵무기 확산 추구자들에게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북러간 무기 거래를 유엔 차원에서 대응할 국제 안보 이슈로 부각해 두 나라를 국제적으로 더 고립시키고, 중국의 '가세'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
일단 최근 3자 정상회의를 통해 수준을 격상키로 한 한미일 3국 공조를 앞세웠다.
유엔 주재 한미일 3국 대사는 이날 백악관의 발표 직후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가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며 협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북러 무기거래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과 북중러 간 동북아 신냉전의 단층선이 더 선명해진 상황과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워 보인다.
북중러 진영의 군사 공조가 이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터에 미국 주도의 견제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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