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입...마이크 걷어찬 살인범 [그해 오늘]

박지혜 2023. 8. 3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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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2년 전 오늘(2021년 8월 31일) 구속 당시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차버렸던 ‘전자발찌 살해범’ 강윤성은 일주일 뒤 검찰로 넘겨지면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2명의 여성을 살해하고도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말한 강윤성은 피해자들에게 처음으로 사과하는 등 돌변했다.

이를 두고 의도적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또는 자기를 과시하려고 허세를 부린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당시 언론인권센터는 논평에서 강윤성의 반성 없는 태도를 전한 보도에 대해 “범죄 사건에서 피해자를 지우고 범죄자의 시각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지난 2021년 8월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중 질문을 하려는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걷어차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주고 그의 서사를 부각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은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유포한 ‘박사방’ 사건에서 비롯됐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은 2020년 3월 24일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에 따라 얼굴을 처음으로 드러내며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악마이길 자처한 조주빈과 관련해 언론노조는 “가해자를 ‘짐승’, ‘늑대’, ‘악마’ 등으로 표현하면 가해 행위를 축소하거나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해 예외적인 사건으로 인식하게 한다”며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나는 찌질하지 않다’는 과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즉, 찌질한 범죄자가 희대의 악마처럼 허세를 부린 것뿐이란 의미다.

특히 범죄자의 서사는 범죄를 관대하고 정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이와 관련해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은 “왜 중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주는 것일까? 그가 하는 어떤 이야기가 궁금한가? 나는 그가 궁금하지 않고 그가 받을 처벌만 궁금하다. 그의 범죄가 속속들이 밝혀질 것인지가 궁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 소장은 “왜 그가 제멋대로 말하도록 두는 것인가? 그에게 왜 그런 큰 권력을 주나?”라며 “자기가 상황을 통제하고 상대를 흔드는 힘이 있음에 쾌감을 느끼는 인간이다. 왜 그런 쾌감을 다시 느낄 기회를 주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결국 그는 다시 한 번 세상을 흔드는 데 성공했고 피해자들은 허탈감에 상처를 입힌다”라고 덧붙였다.

‘그놈’의 입은 여전히 살아 있다.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30)은 지난 25일 검찰 송치를 위해 경찰서를 나서면서 ‘범행을 왜 저질렀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답을 준비한 듯 “우발적으로”라고 말했다.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고요?’ 재차 묻자 “저도 모르게 그만”이라고 답했다.

미리 구매한 금속 재질의 너클을 양손에 끼우고 피해자를 폭행하고 목을 조른 최윤종은 카메라 앞 자신에게 주어진 마이크를 기회로 활용한 듯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 측에서 보면 얼마나 격분하겠는가? 자기가 사람을 죽일 걸 뻔히 알면서도, 목을 조르는 행위까지 해 놓고 우발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그대로 언론에 보도된 상황이다. 왜 저렇게 변명할 기회를 주는지 잘 모르겠다”고 YTN 더뉴스에서 말했다.

최근 ‘분당 차량 돌진·흉기 난동 사건’으로 숨진 이희남 씨와 김혜빈 씨의 유족이 고인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한 의미에 대해 다시 되새겨볼 때다.

피의자인 최원종의 개인 신상보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주목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이 씨 남편은 “가해자의 개인 신상, 그의 정신병력, ‘반성문을 내겠다’며 죄를 뉘우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점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이보다 중요한 건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하고, 예방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원종이) 고의성을 갖고 죄를 저지른 만큼 냉정하게 판단하고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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