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노동자에 일 시킨 이마트…공정위 “유통업법 위반…시정명령”

반기웅 기자 2023. 8. 3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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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받은 노동자에 자사 업무 맡겨
약정 먼저 체결한 뒤 ‘자발적’
서면절차 위반…“강압 정황은 못 찾아”

법적 절차를 어기고 납품업체로부터 직원을 파견받아 자사 마트에서 업무를 하도록 한 이마트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이마트에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경고를 부과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마트는 2019년 3월~2021년 3월 505개 납품업체에서 파견받은 노동자에게 이마트에서 업무를 시켰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체 직원을 파견받아 자신의 사업장에서 업무를 시키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업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대규모 유통업자가 납품업체에 파견을 요구하면 거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납품업자는 이를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납품업자가 자발적으로 서면을 통해 요청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파견받을 수 있다. 납품업자가 먼저 파견을 요청하면 중요 내용을 담은 파견 약정을 체결하고 그 이후 마트에서 일하도록 하는 구조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마트는 납품업자의 자발적인 파견 근무 요청을 받지 않고 파견 약정을 먼저 체결했고, 최대 23일 지난 뒤에 납품업자로부터 자발적 요청 서면을 받았다. 파견 약정은 이마트와 납품업자 간 거래 재계약을 앞둔 시기에 이뤄졌다.

류용래 공정위 유통대리점조사과장은 “파견 근무 과정에서 절차가 뒤바뀐 것”이라며 “이마트와 납품업체 간 파견 계약이 강압적으로 이뤄진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마트가 대규모유통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일정한 절차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다만 이마트의 행위로 인한 납품업자의 실질적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과징금은 별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류 과장은 “정황상 납품업자들은 매출 증진을 위해 자사 직원을 파견하고 싶어 하는 건 맞지만 법에는 자율적 요청 후에 계약 체결과 파견이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사후적으로 강요해서 파견 보낸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행위는 정확하게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마트가 5개 납품업체에 법정지급기한을 넘겨 상품판매대금을 지급하면서 지연 이자는 주지 않는 등 유통업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자진 시정한 점을 고려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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