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장관 방중 마무리…"中, 美기업에 예측가능한 환경 돼야"
中 요구해온 규제 해제는 없어…"너무 위험해 투자 불가" 발언엔 中 즉각 반박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30일 나흘 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27일 오후 늦게 중국에 도착한 러몬도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을 시작으로 허리펑 부총리, 리창 총리 등 중국 경제라인 인사들을 잇따라 만났고, 양국의 상무 문제를 다룰 실무그룹의 창설과 장·차관급 대화 상설화를 합의했다.
그러나 "국가 안보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해 현재 '디리스킹'(위험 제거)의 이름으로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 첨단 반도체 등 수출 통제 조치에는 변화를 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관계 안정화 공감대…'안보' 강조한 러몬도, 中 면전서 "나도 해킹당해"
러몬도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앞서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처럼 양국 간 관계 안정화와 소통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국이 상무(commercial issues) 실무그룹을 구축하고, 수출 통제 시행 정보를 교환하는 차관보급 대화 플랫폼을 만들어 곧장 가동에 들어간 것이 가장 가시적인 변화다. 양국은 또 장관이나 장관급에서 상업 및 경제 문제와 관련해 정기적으로 소통키로 했으며 이를 위해 1년에 최소 한번은 대면 만남을 갖기로 합의했다.
러몬도 장관은 전날 중국의 '2인자'인 리창 총리를 만나서는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을 지지한다"며 "중국 발전을 억제할 의사가 없고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추구하지 않고, 소통을 유지한 채 정상적인 경제·무역 관계를 유지해 양국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인공지능이나 기후변화, 펜타닐 같은 마약 통제 등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전날 후허핑 중국 문화여유부장(문화관광부 장관)과의 만남이나 이날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양국의 관광 분야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다만 그는 "디커플링을 추구하거나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국가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서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첨단 반도체 등 중국이 해제를 요구해 온 기술 규제에서는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러몬도 장관은 최근 미중 사이에 또 다른 신경전의 빌미가 된 중국발(發) 미국 정부기관 및 인사해킹 피해 사건도 화제에 올렸다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설명했다.
그는 "나는 내 이메일이 해킹당했다고 분명히 언급했다"며 "우리가 관계를 정상화하고 소통 채널을 확대하려고 노력 중인 때에 신뢰를 깎은 행동의 사례로 그것을 언급했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의 통상법 301조(슈퍼 301조)와 수출 통제, 양방향(상호) 투자 제한 등 중국을 옭아매온 조치에 대해 거듭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의 경제·무역 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무역과 관련돼 있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거나 "양국 무역과 투자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양국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등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美기업 투자하기에 中 너무 위험"…中 "경제·무역 문제 정치화 말라"
러몬도 장관이 전날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이동하는 열차 안에서 "기업들로부터 중국이 너무 위험(risky)해져서 투자가 불가능하다(uninvestible)는 말을 점점 더 많이 듣고 있다"고 한 발언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아무런 설명이 없는 엄청난 벌금, 불분명하고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준 방첩법 개정, 기업 압수수색은 우리가 대응해야 하는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도전"이 되고 있다며 이유로 들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미 무역 관계의 본질은 호혜이고,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안보화하는 것은 양국 관계와 상호 신뢰에 엄중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양국 기업과 인민의 이익도 해친다"는 전날 리창 총리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수요·공급·인력 면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미 중국대사관 류펑위 대변인 역시 러몬도 장관의 언급에 대한 논평 요구에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에 대한 시장 접근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영업 중인 거의 7만여개의 미국 기업은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기를 원하고 있고 이들 기업의 90%는 수익을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천지닝 상하이시 공산당 서기를 만나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고 미국 기업들에 더 예측 가능한 사업·규제 환경과 공평한 경쟁의 장을 가져다주기 위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에 관해 논의하고 싶다며 다소 긍정적인 톤의 발언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마무리 기자회견에서도 미국 기업들 사이에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있다며, 중국 정부의 일부 행동은 긍정적이지만 현장의 실제 상황이 말과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사업이 있고, 해야 하는 사업이 있다"며 "미국 기업들은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러려면) 예측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러몬도 장관은 당초 미국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에서 돌파구를 기대하지는 않았으나, 이번 방중이 "어려운 문제들"을 다뤘고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수개월 안에 "어떤 결과들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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