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도 남로당 활동” vs “전향했으면 다르다” 여야 ‘홍범도 흉상’ 공방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에 힘을 실었다. 국방부나 육사에 어떠한 지침을 내릴 계획이 없고, 주무장관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육사 안팎의 여론 등을 수렴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긋긴 했지만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가입, 자유시 참변 논란 등을 언급하며 이전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30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문에 “이 문제는 아주 좁혀서 봐야 한다. 홍범도 장군의 전체 삶이 아니고 후반부의 삶, 소련공산당원으로서의 삶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특히 ‘자유시 참변’ 이후의 삶과 육사라는 특수한 생도들이 매일 경례하며 롤모델로 삼아야 할 분을 찾는 곳이라는 두 가지가 잘 맞겠느냐를 검토해 국방부가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고 이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자유시 참변’은 1921년 6월 러시아공산당 극동공화국 군대가 자유시의 독립군을 몰살시킨 사건으로, 국방부는 홍 장군이 이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조 실장은 ‘정권마다 다른 기준을 세워 혼란을 준다’는 지적에 “사실 2018년 흉상을 세우기 전부터 이런 부분이 다 걸러져 의견이 수렴됐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조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을) 어떻게 하자고 하진 않겠다. 다만, 문제를 제기하고 한번 어떤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대통령실은 홍 장군 흉상 철거 계획에 대해 “방침이 없다”라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 실장은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남로당 활동 전력이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호국비도 육사에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공산당원이었던 것은 맞는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은) 국가발전을 위해 20년 이상 노력했고 우리나라를 빈곤의 수렁 속에서 꺼내 커다란 나라로,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뤄내는데 가장 큰 공이 있는 분이니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박 전 대통령과 (홍 장군을) 비교하는 것은 좀 그렇다”며 “전향하신 분은 공산당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임종득 안보실 2차장은 ‘홍 장군 흉상 이전이 육사 생도의 정식적 전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유 의원의 질의에는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홍 장군의 독립 투쟁 과정 공적은 인정하지만 자유시 참변 이후 보였던 행적을 고려하면 육사 생도들이 있는 곳에 (흉상이) 있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군대를 양성하는 육사는 유사시에 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되는 게 목표고, 여러 가지 군사기술과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에 두는 것이 맞지 않다는 얘기가 많이 있다”라며 “아예 철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꾸 철거로 표현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사는 정권이 평가하는게 아니라 학계가 평가한다는 것을 유념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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