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가봉서 군부 쿠데타…현 대통령 3연임 반발 “대선 무효”
장교들, 당선 발표 몇분 만에 TV 나와 “국경 폐쇄, 기관 해산”
대통령 ‘반역죄’로 체포…비서관실 근무 한국인 1명도 붙잡혀
아프리카 가봉에서 군부가 알리 봉고온딤바 대통령(64·사진)의 3연임에 반발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가봉 대통령 부인 비서관으로 일하는 한국인 1명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가봉 군 고위 장교 약 12명은 이날 국영 TV 채널 가봉24에 출연해 “최근 선거 결과는 신뢰할 수 없으므로 결과를 무효화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안보·국방군을 대표한다. 모든 국경을 폐쇄한다. 국가기관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해산된 국가기관에는 정부, 상·하원, 헌법재판소와 선거기관 등이 포함됐다. 군 지도부는 또 국영방송을 통해 “알리 봉고 대통령이 반역죄로 체포됐으며, 가족 및 의사들에 둘러싸인 채 가택 연금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과도기 국가기관 재건위원회’로 칭했다. 이들은 “사회적 통합이 지속해서 약화하는 가운데 무책임하고 예측할 수 없는 통치가 국가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군부 쿠데타 선언 후 수도 리브르빌 시내에서 총성이 울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현 정부는 군부 주장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 부인 비서관실에서 일하던 한국인 1명이 군부에 체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 경호실에도 3명의 한국인 경호관이 있는데 이들은 체포되지 않은 채 경호실 내 숙소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봉 내 한국 교민은 대사관 직원 및 가족 11명을 포함해 모두 44명이며, 이 가운데 현지에 체류 중인 한국인은 33명이다. 체포된 비서관 이외에 다른 교민들은 안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쿠데타가 성공한다면 2020년 이후 서부 및 중앙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8번째 쿠데타가 된다. 앞서 말리, 기니, 부르키나파소, 차드, 니제르 등에서 쿠데타가 연이어 발생하며 ‘쿠데타 벨트’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가봉에서도 쿠데타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봉고온딤바 대통령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국외에서 5개월간 요양하는 사이 2019년 1월 군인들이 국영 라디오 방송국을 점거해 “뇌졸중을 앓았던 봉고온딤바 대통령은 더는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선포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기 몇분 앞서 가봉에서는 지난 26일 치른 대선 결과가 발표됐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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