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무능·부패?”…“권한이 있어야 책임도 져”

김종환 2023. 8. 3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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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새만금 잼버리 파행 책임을 두고 여야가 날카롭게 부딪히는 과정에서, 집권여당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지방분권을 부정하고 지방자치를 퇴행시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는데요.

KBS전주총국 연중기획 '지방소멸', 오늘은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분권을 더 확대하고 지방자치를 보다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김종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유상범/국민의힘 수석대변인/지난 9일 : "윤석열 정부는 지방이 여러 권한을 가지고 책임 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정부 탓이 계속된다면 오직 국민을 위해 이를 재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자 집권여당 수석대변인은 지방자치단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현 정부의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재고할 수 있다는 논평을 냈습니다.

여당 대표는 충분한 예산과 권한을 줬는데도 지자체가 무능하고 부패해 잼버리가 실패했다는 인식을 내비쳤고.

[김기현/국민의힘 대표/지난 10일 : "지방정부가 돈과 권한을 가진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것이 지방자치의 기본 원리입니다. 일당독점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이루지 못한 탓으로 이런 방만한 재정 운영이 된 것은 아닌지도 심각하게 의심됩니다."]

급기야 여당 원내대표는 국가예산 배정과 연계시키고 나섰습니다.

[윤재옥/국민의힘 원내대표/지난 11일 : "국제행사를 유치한 지자체가 행사 준비는 뒷전으로 하고 이를 SOC 사업 추진과 예산 확보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일이 앞으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 책임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부활한지 30년 가까이 된 지방자치가 소환되고 있습니다.

쟁점은 두 가지.

첫째, 애초 관광레저용지였던 갯벌을 농업용지로 바꾼 뒤 농지관리기금 천8백여억 원을 들여 매립한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 조성 과정은 국민의힘과 시민사회 양쪽에서 문제 삼고 있습니다.

2017년 당시 민간에 의존하던 매립이 지지부진하자, 새만금위원회는 농어촌공사가 운용하는 농지관리기금을 활용해 잼버리 부지를 빨리 매립하려고 농업용지로 용도를 바꿨습니다.

공공매립을 주도하는 새만금개발공사를 설립하기 전입니다.

국민의힘은 농업용지로 매립한 땅에 야영지를 조성하고 그나마도 늦어진게 파행의 근본 원인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전라북도를 함께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양수/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지난 14일 : "농사용으로 쓰는 땅은 그냥 물 빠짐이 안 돼도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물웅덩이가 곳곳에 생기고 해충이 생기고 이랬다는 거죠."]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은 국가예산을 최대한 끌어와 공항이나 항만, 도로 등을 건설하려는 잘못된 지역 발전 전략, 이걸 부추기고 악용한 지역 정치인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재랑/정의당 대변인/지난 16일 : "무리한 매립 추진을 위해 목적에 걸맞지도 않은 부지를 선정하여 파행을 자초하였습니다. 애초에 잼버리를 토건 사업의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둘째, 참가국들이 대회 초반에 퇴영할 정도로 엉망이었던 대회 기간 운영 책임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회 시작 20일 전 여성가족부가 낸 자료에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 장관 회의에서 잼버리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범부처 차원의 총력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국무총리 주재 '새만금 잼버리 정부지원위원회', 국무조정실장 주재 '새만금 잼버리 점검·지원 태스크포스'도 가동하고 있다고 돼 있지만, 이 자료 내용대로 실행된 대책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잼버리가 시작되고 나흘째, 화장실과 음식 등 위생과 편의시설 문제로 퇴영하겠다는 나라가 잇따르자 나온 국무총리의 발언.

[한덕수/국무총리/지난 4일 : "지금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습니다."]

총리의 이 발언은 새만금 잼버리 파행에 중앙정부 책임은 없고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2018년에 제정된 새만금 잼버리 특별법에는 조직위원회에서 종합계획 수립, 세부 운영계획 시행, 시설 설치·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실제 업무분장도 여성가족부가 조직위 구성과 관리, 사업계획과 예산 승인, 인력 지원을, 행정안전부가 재난안전분야를 책임지도록 돼 있습니다.

[김관영/전북도지사 : "(이번 세계잼버리 대회는) 국무총리가 정부 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3개 부처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치른 범국가적 국제행사였습니다."]

조직위원회에 전라북도 공무원 40여 명이 파견됐지만 별다른 권한이 없어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었습니다.

조직위 본부장 6명 중 전라북도 파견 공무원은 1명.

사무총장과 주요 본부장은 중앙부처 공무원 몫이었습니다.

새만금 잼버리 전체 예산 천 백70억 원 중에서 전라북도와 부안군이 사용한 비중은 26퍼센트 정도.

예산과 권한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는 수직적으로 종속돼 중앙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재 분권 수준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습니다.

권한이 있어야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역량이 부족하다면 역량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임성진/전주대 교수 : "중앙정부가 그동안 지방정부에게 그런 자치역량을 키울 수 있는 이런 시스템을, 제도를 갖춰주지 못했기 때문에 양자 책임이고. 이것은 그래서 지방자치를 축소 시키는 방향은 해법이 될 수 없는 거죠."]

새만금 잼버리 파행으로 전라북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이미지에도 깊은 상흔이 생겼습니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지역이 살려면 지역에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김종환입니다.

촬영기자:정종배

김종환 기자 (k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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