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사권’ 국정원 시행령에…경찰 이어 권익위도 “개선”

강연주·이혜리 기자 2023. 8. 3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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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4조 유류물 등 제출·확인 절차 투명성 부족’ 지적
개인정보위·경찰선 ‘6조 수사기록 열람 등 권한’ 축소 요구
김의겸 의원 “불명확하고 광범위한 권한 부여, 조항 삭제를”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에 준하는 활동들을 명시한 국정원의 시행령 제정안 일부 조항에 대해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개선 권고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권익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일부 수사기관이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이견을 제시한 상태다. 국정원은 유관기관의 입장을 종합한 뒤 법제처에 수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30일 경향신문이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권익위는 국정원이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입법예고한 ‘안보범죄 등 대응업무규정(대통령령) 제정안’ 제4조에 대해 ‘개선 의견’을 제시했다. 제정안 4조는 유류물 및 임의제출물 수거 조항이다.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이 폐지된 이후에도 정보 수집 과정에서 관련자가 소지한 물품을 임의로 제출받아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권익위는 해당 조항을 두고 유류물 및 제출물 관리절차의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제정안 4조는 국정원이 수거한 유류물이나 제출물을 어떻게 처리하고 보관할지 규정했는데, 정작 물품 습득과 처리 절차나 물품의 보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 등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에 권익위는 국정원이 물건을 임의제출 받았을 경우 ‘그 사실을 확인하는 서식을 마련하고 제출물의 소유자에게 그 서식을 교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시행령 제정안에 넣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정원의 해당 시행령 제정안을 두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수사기관에서도 일부 이견이 나온 상태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시행령 제정안 6조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국정원은 재판에서 확정된 사건의 소송기록만이 아니라 수사 중인 사건과 불송치·불기소 결정된 사건 기록도 받아볼 수 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달 26일 국정원에 의견서를 내고 시행령 제정안에 명시된 ‘수사기관에 열람 또는 복사를 요청한다’는 문구를 ‘각급 수사기관에 열람 또는 복사를 요청할 수 있다’로 수정하는 등 권한을 원안보다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찰청도 수사 진행 중인 사건의 열람·복사 권한을 명시한 것 등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국정원에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이 폐지된 상태에서 수사에 개입할 경우 향후 공판 과정에서 증거 수집의 적법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이번 유관기관 의견 조회 대상에서 빠졌다. 국정원이 시행령 제정안에 재판 기록에 대한 열람 복사 권한을 명시해놓고도 대법원의 의견을 구하지 않은 것이다. 법조계서는 “재판 기록까지 열람한다 해놓고 법원에 의견 조회 요청을 안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이런 경우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 측은 “내부 사정으로 대법원에 의견 조회를 구하지 않았다”고만 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권익위와 개인정보위의 지적에 대해 “권고 의견을 수용했으며, 향후 법제처 심사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의원은 “(국정원이) 국가 안보와 관련한 사건에 한정했다고 하지만 시행령 개별 조문을 살펴보면 상당히 불명확하고 광범위하다”며 “국정원의 열람·복사 요청을 수사기관과 재판기관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시행령 제정안 6조) 자체를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강연주·이혜리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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