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먹방’…일본 여론은 “이런 게 먹히겠냐”
중국의 불매운동 거세지자
불안감 해소 위해 직접 시식
야당도 “즉흥적 방류” 싸늘
정부·도쿄전력에 자성 촉구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 뒤 국내외의 극심한 반발에 직면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먹거리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며 이틀에 걸쳐 후쿠시마산 수산물 시식에 나섰다. 하지만 섣부른 방류를 감행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멈추지 않고 있다.
30일 일본 TBS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등과 함께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이용한 도시락으로 오찬을 했다. 도시락에는 후쿠시마산 광어와 농어, 문어, 돼지고기, 쌀, 멜론 등이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니시무라 경산상은 오찬 이후 취재진에 “(총리는) 광어와 농어, 문어 등을 모두 드셨다”며 “ ‘씹히는 맛이 좋다’ ‘단맛도 난다’는 등의 평을 남겼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31일 도쿄 도요스 시장을 방문해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시식하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과는 방류 이후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오염수 방류 이후 일본산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안전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니시무라 경산상은 지난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염수 방류 이후인 25일 후쿠시마현에서 잡힌 농어”라며 생선구이를 먹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일부 누리꾼은 “이런 것으로 해외 사람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며 형식적 ‘먹방’을 비판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시식 행보에는 풍평(소문)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는 중국발 후폭풍에 대응하려는 뜻도 있다. 중국은 일본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민간 차원 불매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사전 준비가 부실한 ‘즉흥적 방류’라 규정하고 “국민들에게나 대외적으로 정부가 설명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과거의 부실 대응으로 인해 신뢰받지 못하는 도쿄전력이 자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도쿄전력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폭발 사고 당시 멜트다운(노심 용융)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가능성을 부정한 바 있으며, 국회 사고조사위원회의 현장 조사에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상습적으로 문제를 은폐하는 기업’이란 이미지가 남아 있다.
일본 정부는 수산 사업자 지원 기금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NHK는 이날 정부가 수산 사업자 보호대책을 위해 기존에 적립해놓은 800억엔의 기금에 수백억엔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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