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유튜버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돼” 시골집서 찾은 행복
20대 땐 실패로 보일지 모를 선택과 결과 연속
고민 끝에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그림 시작
귀촌 후 유튜브와 책 쓰기 기회 주어져
바뀐 공간이 나를 깨닫게 할 수도
아침과 밤에는 텃밭과 정원을 돌보고 낮에는 일러스트 작업을 하며 틈틈이 집 안팎을 손본다. 밥상은 텃밭에서 난 채소들로 채우고 쉴 때는 직접 일군 정원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귀촌 3년 차 신가영씨(34)의 일상이다.
신씨는 유튜브 채널 <리틀타네의 슬기로운 생활>을 통해 시골에서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소개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자급자족용 농작물을 키우며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가는 신씨의 일상 영상은 청년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시골 생활을 담은 에세이 <이렇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를 펴냈다. 지난 24일 서울 용산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신씨는 “눈치 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부모님 집에서 독립하고 싶었고 프리랜서라 굳이 도시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며 “도시에서 살면서 자연을 향한 동경이 있었기에 시골로 향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신씨는 2021년 3월 경북의 한 시골 마을로 귀촌했다. 밥공기를 엎어놓은 것처럼 둥그런 돔 형태의 지붕으로 된 집이 마음에 들어 연고도 없는 이곳에 터를 잡았다.
‘시골에 가면 취업이나 결혼하기 어렵다’며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그는 “알 수 없는 미래보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며 “유튜브를 하게 된 계기도 ‘세상이 살라는 대로 살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귀촌 생활을 시작하며 각종 농기구를 구입해 100평 남짓한 밭을 직접 갈고 모종을 심었다. 식량 사수를 위한 벌레와 잡초 퇴치는 이제 일상이 됐다. 벽돌길로 조성한 아름다운 정원은 그가 직접 지게차로 벽돌을 옮기며 손수 만든 땀과 노동의 결정체였다.
“귀촌 초반에는 삽질하느라 허리 펼 시간도 없었어요. 도시에서는 일이 없으면 침대와 한 몸이 됐는데 시골에서는 새벽 6시면 눈이 저절로 떠져요. 원하는 게 있으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게으름뱅이에겐 시골이 명약이에요.(웃음)”
그의 텃밭에는 곰취·방아·방풍·도라지 등 각종 나물이, 온실에는 토마토·파프리카·깻잎·케일 등이 자란다. 집 주변에는 뽕나무·감나무·밤나무 등 과실수가 계절마다 꽃과 열매를 맺는다. 어릴 때부터 건강식을 추구해온 엄마의 영향으로 유제품과 꿀조차 먹지 않는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는 신씨에게 텃밭과 온실은 든든한 식재료 마트다.
“먹거리를 자급자족하지 못하면 시골에 사는 의미가 없잖아요. 자기 손으로 일궈낸 채소로 건강한 식단을 꾸리는 것이 시골에 사는 재미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시골 생활에 행복을 느끼고 있지만 20대에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예술고등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신씨는 대학에 떨어지자 재수 대신 인도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이후 미국에서 대학에 들어갔지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목적을 찾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고 귀국했다. 취업을 위해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지 했다. 고민 끝에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그림을 다시 시작한 신씨는 영국에서 일러스트 석사를 마친 뒤 지금까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실패로 보일지 모를 선택과 결과들이 저에게는 방향 전환이자 넘어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이 쌓여서 용기가 생겼고 지금의 제가 됐으니까요.”
그는 동생과 함께 비건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 계획이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그린 그림을 구독자들에게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신씨는 “20대부터 잘 준비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거라 생각했지만 귀촌을 통해 유튜브와 책 쓰기 등 다양한 기회가 주어졌다”며 “공간을 바꿔서 시골에서 잠시 생활해보면 내 삶에 무엇이 부족했는지, 내가 왜 힘들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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