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의 '기습 신도시 건설 작전'..."자본은 뭐든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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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들이 토지를 주민 몰래 구매한 뒤 땅을 갈아엎어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다면 사회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9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인근 농촌마을 솔라노 카운티 주민들은 이런 물음을 마주하게 됐다.
지난주 주민들은 플래너리로부터 "공원과 수만 채의 집이 있는 도시 건설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에 찬성하느냐"는 문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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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7년간 주민 몰래 토지 수백㎢ 사들여
"뉴욕 같은 도시 만들겠다"… 원주민 반발
억만장자들이 토지를 주민 몰래 구매한 뒤 땅을 갈아엎어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다면 사회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9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인근 농촌마을 솔라노 카운티 주민들은 이런 물음을 마주하게 됐다. 실리콘밸리의 부자들이 비밀 군사작전처럼 수년간 농지 수백㎢를 사들이더니 신도시를 세우겠다고 갑자기 발표하면서다. 주민들은 물론이고 지역 정치인들까지도 까마득히 몰랐던 계획이다.
"직주근접 도시 실현하면 엄청난 투자 될 것"
신도시 건설을 주도하는 건 법인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 골드만삭스 트레이더 출신인 얀 스라맥(36)이 2017년 도시 건설 계획을 제안하며 출범했다. 주요 투자자 목록엔 마이클 모리츠 전 세쿼이아 캐피털 회장,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창업자,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부인 로렌 파월 잡스 등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즐비하다.
이들은 실리콘밸리의 악명 높은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96㎞가량 떨어진 농촌 솔라노에 "뉴욕만큼 번화한 대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약 8억 달러(약 1조588억 원)를 들여 솔라노 주민 400명에게 농지 140필지(222㎢)를 구매했다. 서울 약 3분의 1 크기다.
플래너리는 초기에 토지 1㎢ 당 약 1,250달러(시장 가격의 4, 5배)를 지불했지만 최근엔 가격이 5,000달러로 급등했다. 그럼에도 모리츠 전 회장은 2017년 투자자들에게 보낸 비밀 서한에서 "계획이 실현된다면 엄청난 투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FBI까지 투입했는데... 지역구 의원도 몰라
주민들 사이에는 한동안 뜬소문이 돌았다. 법인의 정체가 베일에 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인근 트래비스 공군기지를 정탐하려는 중국 자본이 땅을 사들이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존 가라멘디(민주당·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NYT에 "지난 4년 동안 배후가 누구인지 파악하려 미 연방수사국(FBI)과 재무부까지 나섰으나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상황은 지난주에 급반전 됐다. 플래너리 관계자들이 지역 정치인들에게 회의 소집을 요구한 것이다. NYT는 "캘리포니아의 개발 규제는 까다롭기로 악명 높다. 플래너리가 '잠입 모드'에서 '매력 모드'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분석했다.
지난주 주민들은 플래너리로부터 "공원과 수만 채의 집이 있는 도시 건설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에 찬성하느냐"는 문자를 받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플래너리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정치권력과 자신들을 견주며 '더 나은 이익을 안겨 줄 경제 권력'임을 암시한 것이다.
"반대할 테지만, 자본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콜린스빌 인근 페어필드시의 캐서린 모이 시장은 “하늘에서 케이크가 떨어진 것 같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에 대대로 뿌리내리고 살아온 주민들의 우려가 특히 크다. 14년 전 귀향한 레이시 마일스(42)는 "아직 토지를 팔지 않은 사람들은 신도시 건설에 반대할 테지만, 자본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실리콘밸리에서도 그랬듯 높은 물가 탓에 원주민들이 쫓겨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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