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아픈 역사의 흔적 옥매산
[KBS 광주]1960년대 옥 공예 특산품으로 명성을 떨쳤던 해남군 문내면과 황산면.
이곳이 옥의 명소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인근 옥매산에서 옥돌을 비롯한 명반석, 납석 등의 풍부한 광물자원이 매장됐었기 때문입니다.
마을에서 가파른 경사의 숲길을 30여 분 걷자 모습을 드러낸 옥매산 정상.
역사의 상흔을 간직한 곳입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인근 마을 주민들이 강제 동원돼 명반석을 채굴했던 곳인데요.
그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
해발 174m 옥매산 정상에 움푹 파여진 협곡.
일제강점기 장식용 석재와 전투기 등 군수품 제작에 꼭 필요했던 명반석을 집중적으로 채굴한 흔적입니다.
[박철희/해남옥매광산 유족회장 : "명반석 그 자체가 그때만 해도 이런 광석이 없었거든, 이거 (명반석에서)14톤에서 1톤의 특수 알루미늄이 나와요. 그러면 전쟁 물자도 만들고, 무기도 만들고 특히 비행기 동체 알루미늄이 가벼웠기 때문에 그래서 많이 채굴이 됐습니다."]
노천광산 폭파부터 채굴 작업 과정까지 마을 주민들이 동원됐습니다.
채굴한 명반석은 레일을 이용해 인근 옥동 선착장에 창고를 만들어 보관했습니다.
[박철희/해남옥매광산 유족회장 : "(옥매산에서) 1차 (명반석) 돌을 모아서 케이블카식으로 이쪽으로 운반해놨다가 일본이 필요할 때 배로 선적하기 위해서 임시 저장했던 저장 창고예요."]
심지어 일본의 군사시설물 구축을 위해 광부 200여 명이 제주도로 강제 동원되기도 합니다.
[故 김백운/마지막 생존자/2019년 2월 : "회사 사람 광장으로 전부 모여라 통제가 왔어. 출근해서 다 모이래서 모인 거지. 근데 모이니까 이미 무장된 경찰, 헌병대한테 포위돼 있어. 그러니 뭐 다른 말이 필요가 없는 거야.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지)."]
해방이 되고 강제동원된 광부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 원인 모를 화재로 배가 침몰돼 절반 이상이 고향 땅을 밟지 못했습니다.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한 탓에 추모조형물도 지역주민 등이 성금을 모아 2017년, 광복 72년 만에 조성됐습니다.
임이여 영원하라.
118개의 원 모양의 조형물은 저마다 희생자들의 영혼이 깃들여 있습니다.
이젠 더이상 그 기억을 가진 생존자도 없습니다.
6, 70대를 바라보는 유족들은 옥매광산의 역사가 잊혀지질 않길 바랄 뿐입니다.
[박철희/해남옥매광산 유족회장 : "이런 근대 문화유산을 이렇게 보존하고 있는 건 유일하게 여기도 독립 건물인데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을 하고 싶은데 개인 소유라 못한 것이 우리 유족들이 가장 안타까운 아픔이고..."]
사실 옥매산과 광물을 보관했던 창고 등은 한 사립대학 법인의 소유로 남아있어 관리도 쉽지 않습니다.
[한승진/해남군 총무과장 : "해남군으로 이전한다면 해남군에서 대대적으로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해가지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추모관 건립이라든지 역사관으로 건립해서 향후 후손들에게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이 되겠는데 그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대학 법인 측과 접촉해) 노력은 하고 있는데 현재 녹록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전문가 역시 원형 그대로 보존 및 관리를 통해 미래 세대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할 때라고 이야기합니다.
[김종헌/배제대 건축학부 교수/근대건축전문가 : "(옥매광산 일대가) 개인적으로는 등록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제는 우리가 (일제로부터) 어떻게 극복해냈고 향후 우리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 하는 것을 느끼게끔 해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잘 보존하고..."]
일제의 침략 전쟁으로 자원 수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옥매산.
그리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옥매광산 광부들의 수몰 사건.
유족들은 아직도 그날의 아픔이 풀리지 않은 채 내일 78주년 추모제를 앞두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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