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레즈비언 부부' 딸아이 출산…"새로운 가족의 탄생"
저희가 최근 소개해 드린 새로운 형태의 가족, 국내에서 처음 임신 소식을 알린 여성과 여성, 동성 부부가 오늘(30일) 새벽 딸아이를 출산했습니다. 현행법상 이들은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도 걸림돌이 많은 만큼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김세연 김규진/동성 출산 부부 : 어때 어때, 몸 어때? {갑자기. 통증이 사라졌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모르겠어.}]
어제 아침 규진 씨는 와이프가 일하는 병원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했습니다.
예정일이 1주일 앞당겨졌습니다.
[김규진/동성 출산 부부 : 너무 기대돼요. 어떤 애가 태어날지.]
한때 진통이 사라져 불안했지만, 하루를 꼬박 침대에서 보내고 오늘 새벽 4시 30분쯤 딸 라니가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김세연/동성 출산 부부 : 눈 떴어. 안녕. 울지도 않고 너무 착하다.]
라니라는 태명은 동양란 서양란이 반반 섞인 대형 난초가 등장한 태몽에서 따왔습니다.
[김세연 김규진/동성 출산 부부 : 자기랑 너무 닮았어. {백인 기증자 정자가 섞였으니까 뚜렷한 모습일 줄 알았는데, 그냥 내 눈 내 코.}]
2019년 뉴욕에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한국에서 결혼식도 올린 두 엄마.
하지만 라니의 출생신고서엔 규진씨 이름밖에 올릴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엄마가 둘인 가족은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규진/동성 출산 부부 : 일단 다양한 가정이 있다고 설명을 해줘야 할 거 같아요. 우리는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너를 원해서 너를 낳기로 결정했고. 친절한 남성분이 헌혈처럼 도움을 줬지만 아빠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해줄 거예요.)]
연애와 결혼, 임신 과정을 세상에 공개해 온 두 사람은 혐오와 차별적 시선에 맞서 왔습니다.
악플러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전에선 학교 선배를 맞닥뜨린 적도 있습니다.
[김세연/동성 출산 부부 : 합의금 십만 원만 깎아달라 하시고, 본인도 딸 기르는 아버지여서 그런 악플을 썼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한 게 (기억에 남습니다.)]
국내 건강가정기본법에선 혈연이나 결혼, 입양으로 이뤄진 공동체만 가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적 근거도 없이 비혼 여성의 인공수정을 금지하고 있는 국내 산부인과 지침도 굳건합니다.
합계출생율 1.8명을 기록한 프랑스에선 10명 중 6명 이상이 비혼 여성이나 동거 커플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저출생 위기 속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PD : 박서혜·정나래 / 인턴기자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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