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에서 종이 맛 나도 참았는데…" 카페 '대혼란' [현장+]
카페 곳곳서 '종이빨대' 선택…불편함 호소
잘 녹고 인체 유해…"빨대 아예 없애야하나"
"빨대가 문제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회용 빨대를 둘러싼 카페 업주들의 시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오는 11월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규제 품목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포함한 플라스틱 빨대 등으로 확대한 가운데, 카페 업주들은 '종이 빨대' 도입 등 '빨대 대안책' 찾기에 나섰다.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금지 제도 정착을 위해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년간의 참여형 계도기간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종이 빨대를 둘러싼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쉽게 녹아내려 음료를 마시는 데 불편함이 있다는 것. 여기에 최근 종이 빨대의 방수 코팅에서 인체에 유해하고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우려가 커졌다.
30일 서울시 양재동 카페 골목에서 만난 카페 관계자들도 빨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A 커피전문점 직원은 "종이 빨대는 마실 때 종이 맛이 너무 많이 나고, 오래 두고 마시다 보면 꺾인다는 손님들의 불만 제기가 있다"며 "다른 빨대를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B 생과일주스 전문점 직원은 "손님들이 음료 맛이 안 살아서 종이 빨대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특히 생과일주스의 경우 농도가 짙은데, 빨대가 녹으면 음료가 잘 나오지 않아 종이 빨대가 대안이 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카페에서 만난 시민 장모 씨(43)도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플라스틱보다 종이가 나은 것 같지만, 아직까진 마실 때 입에 닿는 느낌이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종이 빨대의 단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높다는 점도 고민거리였다. C 디저트 및 음료 전문점 사장은 "빨대를 바꾸려고 알아보니 종이 빨대 단가가 2.5배 정도 더 비쌌다"며 "스테인리스 빨대는 종이 빨대보다 가격이 더 나가는데, 빨대를 바꾼다고 음료 가격을 올릴 수도 없으니 아예 없애는 쪽으로 가야 하나 생각 중이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환경부 인증을 받은 생분해성 빨대에 한해서는 오는 2024년 12월 31일까지 사용을 허가하기로 했다. 이에 논란이 많은 종이 빨대 대신 옥수수 생분해 빨대를 도입해 사용 중인 곳도 있었다.
D 커피 전문점은 "(계도 기간이 시작된 직후) 빨대를 아예 제공하지 않았는데, 마시기 불편하다는 말들이 나와서 처음에는 종이 빨대를 제공했었다"면서 "이 역시 불만이 나와 옥수수 생분해 빨대로 바꿨는데, 플라스틱 빨대와 유사해 불만 사항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빨대의 개별포장 쓰레기 처리 문제 등도 하나의 과제가 됐다. E 커피 전문점 사장은 "종이 빨대를 사용해보니 차가운 음료를 오래 마시다 보면 잘 녹더라"라며 "손님들도 불편함을 느끼는데, 쓰레기가 줄어드는 것 같지도 않고 불편함만 가중된 것 같아서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종이 빨대의 유해성이 플라스틱 빨대 못지않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종이 빨대를 쓴 이유는 환경 보호를 위해서인데, 종이 빨대도 분해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
지난 25일(현지시간) 독일 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벨기에 연구진은 자국에서 유통되는 39개 친환경 빨대 제품을 상대로 유해 물질인 과불화합물(PFAS) 함유 여부를 검사한 결과, 20개의 종이 빨대 중 90%에 해당하는 18개에서 PFAS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종이 빨대 10개 중 9개가 유해한 빨대인 셈이다. PFAS는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며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고, 인체나 동식물, 환경에 유해해 세계 각국이 앞다퉈 규제를 추진 중인 물질에 해당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체에 무해한 수성 아크릴계 코팅제를 사용하고 있다"며 종이 빨대의 안정성 홍보에 나선 곳도 있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종이 빨대 관련 불만 사항을 반영해 최근 종이 빨대의 질과 강도를 개선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 차원의 일회용품 규제를 맞추면서도, 손님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종이 빨대를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종이 빨대에 대한 손님과 업주들의 우려가 커진 상황과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일회용품 규제는 말 그대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종이 빨대만 쓰자'는 건 아니다"며 "또한 플라스틱은 아예 분해되지 않고 버려지는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그 점을 먼저 고려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1월 24일부터는 규제 품목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사업주(매장주)에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위반행위에 따라 5~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과태료 부과 이후에도 추가로 적발되면 적발 횟수에 따라 최대 300만원이 부과된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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