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썼지만 ‘예쁜 빈집’ 전락…경로당·공방으로 활용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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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입구.
해운대 신시가지와 이어지는 언덕 초입에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외형의 건물 '청사포 사랑채'가 있다.
애초 청사포 사랑채는 마을회관(경로당)으로 쓰였다.
이에 해운대구는 2017년 7월 '청사포문화예술촌'으로 변경해 입주 작가 3명의 작업실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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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근 어렵고 엘리베이터 없어
- 입주작가 작업실·대관 해봐도
- 이용객 거의 없이 대부분 공실
- 해운대구, 활성화 방책 고심
30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입구. 해운대 신시가지와 이어지는 언덕 초입에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외형의 건물 ‘청사포 사랑채’가 있다. 휴양지 별장을 연상케하는 새하얀 외관인데, 건물 외부에 설치된 계단에서 시작된 통로가 여러 내부 공간들로 이어지도록 동선이 짜였다. 바닷가 마을이 가지는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시민 모두에게 열린 공간을 표현한 것이다. 건물 입구엔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예술마을을 만들고 있다’는 문구도 내걸려, 쓰임새가 남다를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실제 건물이 지어진 2015년엔 ‘부산시 아름다운 건축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찾는 이가 거의 없다시피 한 건물 내부는 불이 꺼져 어두컴컴했고, 건물 인근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이날 청사포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여러 대 왔지만,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는 좀처럼 없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306.26㎡ 규모의 이 건물은 ‘예쁜 빈집’으로 보였다.
애초 청사포 사랑채는 마을회관(경로당)으로 쓰였다. 청사포 일대가 2009년 국토교통부 국토디자인환경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지어졌다. 이를 계기로 ‘행복한 도시어촌 청사포 만들기’란 이름으로 사업(국·시비 133억5200만 원)이 진행돼 마을회관에 10억7400만 원이 들어갔다. 이 사업 때 함께 지어진 청사포 다릿돌전망대(43억 원) 다음으로 사업비가 많이 투입됐다.
폐선을 지나는 관광 기차인 블루라인파크를 경계로 윗동네(신기마을)와 아랫동네(청사포마을) 어르신이 각각 1, 2층을 사용했다. 지하 1층엔 예술인 창작 공방도 조성됐다. 그러나 준공 2년 만인 2017년 경로당은 문을 닫았다. 시설이 경사진 언덕에 자리해 접근성이 떨어졌고, 엘리베이터 없이 계단만 설치돼 있어 노인들이 경로당 사용을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운대구는 2017년 7월 ‘청사포문화예술촌’으로 변경해 입주 작가 3명의 작업실로 활용했다. 그러나 이마저 운영상의 어려움 끝에 2019년 7월 작가 계약 만료를 끝으로 사업을 접었다. 이후 이곳은 공실 상태로 있다가 2021년 7월부터 주민에게 대관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다만 대관 공간으로서도 큰 인기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올해 접수된 대관 신청은 총 63회로, 매주 2회씩 정기적으로 공간을 빌리는 한 모임(62회)이 시설을 사용하는 유일한 그룹이다. 해운대구는 이곳을 문화도시 지원센터 등 거점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방안, 예술인의 워케이션 공간으로 삼는다는 구상 등 활성화 방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이곳 상인 양모(70대) 씨는 “처음엔 경로당으로 쓰였는데, 엘리베이터는 없고 계단만 있어 무릎 아픈 사람은 잘 안 갔다. 아름다운 건물이 있으니 주민 입장에서는 좋은데 많은 돈을 들여 지은 만큼 어떤 용도에 가장 맞을지는 생각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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