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멈춤 '엄정 대응'…"임시휴업 학교 자율" 학교장 반발도
[EBS 뉴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다음달 4일, 교사들이 대규모 추모 행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휴가를 내고 추모에 동참하겠다는 교사가 8만 명에 이르고, 일부 학교는 이날을 임시 휴업일로 지정하기도 했는데요.
교육부는 이같은 움직임을 위법으로 보고 '엄정 대응'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현장에선 갈등이 여전합니다.
먼저 영상부터 보고 오겠습니다.
[VCR]
서이초 사망교사 49재 맞춰
9월 4일, 교사들 추모 행동
연가·병가·재량휴업 예고에
교육부 "엄정 대응"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어제)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위한 학기 중 임시 휴업일 지정과 교사의 연가, 병가 등의 사용은 명백한 위법 활동입니다."
교육부 경고에도
교사들, 단체행동 움직임 '여전'
"추모 참여 교사 많을 것 예상돼 '긴급상황'"
우려 속 학교장 반발도 이어져
불법 vs 추모
공교육 멈춤의 날, 타협점 있나
------
서현아 앵커
취재 기자와 조금 더알아보겠습니다.
금창호 기자 나와있습니다.
어서오세요.
서현아 앵커
교사들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학교가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게 교육부의 여전한 입장입니다.
경고 수위도 계속 높이고 있는데, 현재 상황이 어떻습니까.
금창호 기자
네,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 49재에 맞춰 추모 행동을 하겠다고 예고해왔습니다.
일명, 공교육 멈춤의 날, 정상화의 날입니다.
연가나 병가를 내고 개인적으로 추모하거나 국회에서 열리는 추모 집회에 참석하는 식입니다.
교사들의 이런 행동에 교육감들의 반응은 지금까지 엇갈렸습니다.
주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추모 행동을 지지해왔는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앞서 입장문을 내 "49재일을 추모와 함께 공교육을 다시 세우는 날로 정하고자 한다"며 "서울 학교에서는 사정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반면 보수 성향 교육감들은 부정적입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공교육이 멈춰선 안된다"며 "수업을 멈추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교육부도 교사들의 단체 추모행동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수차례 설명했습니다.
지난 27일에는 교사가 연가나 병가를 내고 추모집회에 참석한다면 최대 파면이나 해임도 가능하다고 자료를 냈고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제 교육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교사들의 행동은 '위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연가나 병가를 내 단체행동을 하는 대신, 수업이 끝난 저녁 시간을 이용해 추모행동을 하거나 온라인 추모를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부와 교육감, 그리고 9.4 집회를 여는 교사 등이 모여 논의를 해보자고 제안했지만 협의체가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서현아 앵커
엄정 대응을 예고하면서 학교 현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집회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교사들도 나온 데 이어 임시휴업을 철회하는 학교도 있다고요.
금창호 기자
네 그렇습니다.
교육부가 징계를 언급하며 추모 행동에 대해 연일 강경 대응을 예고하자 걱정하는 교사들도 늘었습니다.
9월 4일 국회 앞 집회를 최초로 준비하던 운영진은, 집회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고요.
'공교육 멈춤의 날' 동참 인원을 집계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 한 교사는 집회가 열리는 데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의사표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교육부는 9월 4일을 임시휴업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인데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25일 시도 부교육감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9월 4일을 임시휴업일로 지정하는 건 학교장 재량권을 일탈한 법령 위반으로 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임시휴업일 지정을 취소하거나 망설이는 학교들이 많은데요.
경기도의 한 학교는 재량휴업을 논의하기 위해 열기로 했던 학교운영위원회를 취소 했다고 어제 학부모들에게 알렸고요.
서울 동부교육지원청 관할의 한 학교는 임시휴업일 지정을 위해 학부모 의견 수렴을 하려던 계획도 일단 보류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휴업 현황을 집계하고 있는데, 다음주 월요일 휴업하겠단 학교는 전국적으로 17곳에 그쳤습니다.
'공교육 멈춤의 날' 동참 인원 집계 현황에서 재량휴업한다는 학교가 400곳이 넘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규모입니다.
서현아 앵커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는 임시휴업 결정 학교가 상당히 적은데, 교육부의 경고가 효과가 있었던 걸까요.
금창호 기자
아직까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워낙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안이다보니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부모가 포함된 학교 운영위원회를 거쳐 휴업 여부를 최종 결정하려는 학교가 많은데요.
이 학운위의 최종 결정이 아직 나지 않은 학교도 있습니다.
교육부는 교원의 집단 행동이 비상 재해나 그 밖의 급박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법한 행위라고 봤는데요.
이런 교육부의 의견과 엄정 대처 방침에 반발하는 학교장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남부교육지원청 소속의 한 학교 교장은 9월 4일에 임시휴업하기로 오늘 결정했다는 입장문을 내고 이날 상황이 '급박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병가나 연가를 내서라도 49재 추모행동을 하겠다는 교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게 '급박한 사정'이란 겁니다.
이어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학교를 궁지에 몰아넣는 학교 자율은 자율이 아님을 잘 안다"며 "긴급돌봄 운영, 방과후학교 정상운영 등 후속대책을 수립하고 부족한 수업일수 확보를 위한 대책도 수립해 다음 회기 학운위에서 처리하도록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어제 교육부 집계로 확인된 서울지역 휴업 학교 두 곳 가운데 한 곳에 있다고 밝힌 한 교장도 오늘 온라인에 글을 올려 "학부모와 심도있는 논의를 한 뒤 찬성 8, 반대 3 의견으로 임시휴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교사들이 출근하지 않은 상태에서 43개 반, 860여 명의 학생들이 담임 없이 4~6시간을 교실에 방치돼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예상된다"며 "임시휴업 사유는 '교원의 집단행동'이 아니라 '학생들의 안전과 장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으로 급박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휴업 이유를 강조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다음주 월요일(9월 4일) 예정됐던 서이초 사망교사 49재 추모 집회 개최 여부를 두고도 말이 많았습니다.
집회는 열리는 겁니까?
금창호 기자
네. 앞서 최초 집회를 계획했던 운영진은 집회를 열지 않겠단 의견을 밝혔는데요.
이를 두고도 교사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굳이 집회를 열 필요 없이 병가나 연가를 내고 조용히 추모를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하는 교사들이 있었던 반면, 집회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사들도 많았는데요.
이에, 일부 교사가 이 집회를 이어받아 다음달 4일 예정됐던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전국교사일동'은 어제 보도자료를 내고 9월 4일 오후 4시 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국회 앞에서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교육부든 교육청이든 이 집회를 막으려는 시도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지금 운영팀이 해산되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가 집회를 이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교사들의 추모집회와 별개로 이날 서이초에서는 사망교사를 위한 추모제도 열릴 계획인데요.
학교 차원에서 진행할지, 서울시교육청까지 확대 참여해 추모제가 운영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서현아 앵커
과거에도 교사들이 연가를 내고 단체행동을 했던 일들이 있었죠.
당시 교육당국의 처분은 어땠습니까.
금창호 기자
네. 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하루 휴가를 내고 집회 등 투쟁에 나서는 방식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6년에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정부의 교원평가 추진 방침에 반발해 연가를 내고 집단행동을 했는데요.
이로 인해 435명이 징계 대상에 올랐습니다.
이때 교육당국의 처분을 보면 대부분 견책이나 불문경고로 끝났습니다.
경징계에 해당되는 사안입니다.
2014년~2015년 사이 법외노조 처분이나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등에 반발해 연가 투쟁에 나섰을 때도 징계 수위는 비슷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교육부가 일단 엄벌 의지를 내비친 상황이어서 수위가 높은 처분이 나올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추모하는 교사도, 학교 현장도 큰 혼란 없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