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거장을 만나다] ‘청마’ 유치환의 노스탤지어와 연서
[KBS 창원] [앵커]
경남의 거장을 만나다,
8월에 만날 인물은 탄생 115주기를 맞은 '청마' 유치환 시인입니다.
거제에서 태어나 통영에서 시인으로 성장한 청마의 작품 세계와 5천 통이 넘는 연서에 담긴 애틋한 사연을 진정은 기자가 조명합니다.
[리포트]
거제 둔덕 돌담길 안으로 옛 모습 그대로 되살린 생가.
골목 하나 사이에 둔 작은 기념관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청마' 유치환 시인이 태어난 지 11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손삼석/청마기념사업회 회장 : "(유치환 선생은) 백석이라든지, 소월, 목월 이런 선생님들의 유파를 떠나서 독창적인 생명파 시의 한 장르를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1908년 거제에서 태어난 청마를 시인으로 키워낸 건 통영이었습니다.
통영에서 교편을 잡은 시인은 32살이 되던 1939년 대표작 '깃발'이 수록된 첫 시집 '청마시초'를 펴냈습니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야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일제강점기를 지나 6·25전쟁 중에도 끊임없이 시를 쓰며 시집 12권, 천여 편의 시를 남겼습니다.
[박미마/청마 외손녀 : "굉장히 새벽에 일어나셔서 세상이 조용할 때 쓰셨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집에 오셔서 뭘 하시면 저희는 늘 조용하게…."]
서정주, 김동리 등과 함께 생명파 시인으로 불리며, 초대 한국시인협회를 이끌었습니다.
[양재성/전 청마기념사업회 회장 : "(생명파 시인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걸 극복하려는 의지들이 굉장히 많이 나타나 있고…."]
시인은 함양과 부산, 경주 등에서 국어교사와 교장을 지냈고, 24개 학교 교가를 작사했습니다.
[김정희/청마기념사업회 사무장 : "시를 읽어주고 또 문예를 지도해 주니까 노는 시간이 되면 교장 선생님실이 줄이 길게 늘어섰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료 교사이자 시조시인 정운 이영도에게 보낸 수천 통의 절절한 연서는 또 다른 작품 세계를 열었습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날마다 도착하는 청마의 편지에 정운의 빗장도 열렸고, 그때의 기쁨은 명작을 탄생시켰습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5천 통이 넘게 이어지던 애틋한 연서는 20년 만에 끝이 납니다.
청마는 부산여상 교장 시절이던 1967년 2월 교통사고로 59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 번 흔들지 못하고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는 사리로 맺혀 푸른 돌로 굳어라."]
훗날 정운은 연서 2백여 편을 추려 '사랑했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라'를 출간했고,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시인은 세 살에 떠났던 고향 거제 둔덕으로 다시 돌아와 에메랄드빛 바다를 내려다보며 노스탤지어와 사랑을 꿈꾸고 있습니다.
KBS 뉴스 진정은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자막제작:김신아
진정은 기자 (chri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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