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홍범도·박정희 ‘이중잣대’ 지적에 “경제 발전 큰 공” “비교할 수 없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30일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 계획이 남조선노동당(남로당) 활동 전력이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육사 호국비 존치와 모순된다는 지적에 “전향을 한 것과 끝까지 그렇게 가신 분은 다르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홍 장군 흉상을 두고 “문제는 제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결론은 대통령실이 아닌 국방부 장관이 내릴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이 홍 장군의 소련공산당 활동 전력을 거듭 언급하면서 사실상 철거 쪽에 힘을 실어 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홍 장군과 박 전 대통령 과거 전력을 비교하며 질문하자 “박 전 대통령하고 비교하는 건 좀 그렇다. 박 전 대통령은 나중에 우리 국군으로 오신 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비서실장은 그러면서 “전향하신 분은 공산당으로 볼 수가 없다”고 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이중잣대’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조 안보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공산당이었던 건 맞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20년 이상 노력했고 우리나라를 빈곤의 수렁에서 커다란 나라로 경제 발전을 이뤄내는 데 가장 큰 공이 있다”며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흉상 철거·이전 문제가 제기된 데는 공감하면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는 취지로 밝혔다. 조 실장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고 (문제가) 제기가 돼서 충분히 논의가 돼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 과정에서 안보실이나 대통령실이 어떻게 하라고 하는 지침을 주거나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주무장관인 국방부 장관이 상황과 진실, 여론을 수렴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온당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그러면서 “윤 대통령도 ‘어떻게 하라고 얘기하지 않겠다. 다만 문제를 제기하고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씀했다”고 말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홍 장군 흉상 관련 메시지를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 문제에 본인 생각을 얘기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운영위원회에서 홍 장군의 항일 독립운동은 인정하지만 ‘자유시 참변’ 이후 소련 공산당 활동은 따로 평가를 해봐야 한다는 취지로 거듭 언급했다.
육사 출신인 임종득 안보실 2차장은 한발 더 나아가 흉상 이전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임 차장은 ‘흉상을 이전하면 육사생도의 정신전력 강화에 긍정적 영향력이 있다고 보나’라는 유 의원 질의에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홍 장군의 독립투쟁 과정 공적은 인정하지만 참변 이후 홍 장군 행적과 관련해서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추석 의료 대란 없었던 이유…“응급실 의사 70%, 12시간 이상 연속 근무”
-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김영선, 당선 후 명태균에 6300만원 건넨 정황
- ‘황재균♥’ 지연, 이혼설 속 결혼 반지 빼고 유튜브 복귀
- 9급 공채, 직무 역량 더 중요해진다···동점 시 전문과목 고득점자 합격
- ‘퇴실 당하자 홧김에…’ 투숙객 3명 사망 여관 화재 피의자에 영장 신청 예정
- 일론 머스크 말처럼…사격 스타 김예지, 진짜 ‘킬러’로 뜬다
- 타자만 하는 오타니는 이렇게 무섭다…ML 최초 50-50 새역사 주인공
- 혁신당,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에 “대통령실 왜 아무 말 없냐”
- 당기면 쭉쭉, 보이는 건 그대로…카이스트가 만든 ‘꿈의 디스플레이’
- ‘삐삐 폭발’ 헤즈볼라 수장, 이스라엘에 보복 선언 “레드라인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