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 사장 해임안 상정, ‘이동관표 폭주’ 시작인가
KBS 이사회가 30일 김의철 KBS 사장 해임안을 상정했다. KBS 이사회 구성이 여야 4 대 7에서 6 대 5로 재편되자마자 여권 추천 이사들이 사장 해임안을 ‘긴급 안건’으로 제출했다. 지난 2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이틀 만에 공영방송 사장 교체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KBS 이사회는 김 사장 소명 절차를 거쳐 다음달 임시 이사회에서 해임안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2주 전 이사장·이사를 해임해 이사회를 재편한 뒤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KBS 이사회의 사장 해임 추진은 무리수투성이다. 방통위의 남영진 이사장 해임 의결부터 위법 소지가 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방통위는 남 이사장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하고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해촉했지만, 세 사람 모두 방통위와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해촉 집행정지 신청과 취소 소송을 냈다. KBS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 재편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장 해임을 서둘러 강행하려는 것은 ‘답정너’식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하루빨리 친여 인사를 사장에 앉히려는 조급함만 보인다.
김 사장 해임안을 제출한 여권 추천 이사들은 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영 악화, 직원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추락 등을 해임 제청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실보다 주관적 판단에 따른 사유로 간주될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사장 직무 수행이 부적절한 정도의 사유인지도 엄밀히 가릴 필요가 있다. 김 사장은 이날 해임 사유와 절차 모두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관 위원장이 지휘하는 방통위는 공영방송을 정조준했다. KBS 사장 교체는 시작이다. 방문진도 김기중 이사 해임을 내달 완료하면 여야 5 대 4 구도로 바뀌면서 MBC 사장 교체에 나설 걸로 관측된다. 김효재 위원장 대행 체제에서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장과 이사들을 줄줄이 쫓아내놓고, 이제 일사천리로 사장 교체에 나선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빚는 무리한 결정이 줄 잇는 이유는 뻔하다. 이 위원장 주도로 언론 통제·장악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이다. 비판 여론에 귀를 닫고 공영방송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방송을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는 국론 분열과 극한 정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즉각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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