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내기 나선 올해? 저가모델 나올 내년?…전기차 선택 쉽지않네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2023. 8. 3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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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사진 = 연합뉴스]
“내년 보조금 어찌 될지 몰라요. 이왕 전기차(EV) 사려면 올해 안에 당장 사는 게 돈버는 거에요.”

최근 40대 직장인 최모 씨는 평소 알고 지낸 수입차 딜러로부터 전기차 신차 구매를 재촉하는 전화를 받았다.

지난 29일 환경부의 내년 무공해차 보급 사업 예산 발표 직후였다. 전기차 기본 국고 보조금(인센티브 제외)이 100만원 줄었고, 추후 발표될 지방자치단체 보조금도 줄어들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재촉의 이유였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내년 무공해차 보급 사업 예산으로 2조3988억원을 편성했다. 올해보다 1664억원 줄어든 수치다.

전기차 기본 국고 보조금도 현행 전기승용차 한대당 500만원에서 100만원 줄인 400만원이 됐다. 전기화물차는 기존 대당 보조금 1400만원에서 1100만원으로 300만원이나 줄였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으로 나뉘는데 지자체 보조금은 내년 초 발표되고 이 또한 줄어들 공산이 크다.

최근들어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둔화한 상태다. 하이브리드차량 판매는 오히려 크게 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전기차 국내 침투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정부가 산업 지원에서 벌써 발을 빼는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국내 판매 대수는 7만 8977대로 전년 대비 16% 성장했다. 월별로 올해 1월 5월 7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을 밑돌았다.

상반기 누적으론 작년보다 성장했지만 이전 성장률에 비교하면 전기차 인기가 크게 꺾인 모양새다.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70%, 2021년 상반기는 81% 성장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은 “무공해차 보급목표 달성과 에너지효율 측면에서 전기, 수소차 보급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 보조금 지원액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조금이 감소하며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가격을 내려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보조금은 소비자의 실구매 가격을 수백만 원 아낄 수 있는 최대 고려 요소이다. 보조금 삭감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 불씨를 꺼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완성차 업계는 보조금 감소분을 출고가 인하로 방어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어가야하 상황에 놓인 것이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전기차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 기준 가격이다. 정부가 설정하는 현재 이 기준은 승용기준 5700만원이다. 전기차 가격이 5700만원 이하여야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산 테슬라 전기 SUV 모델Y는 5699만원에 출시돼 보조금을 100%를 받게되자 며칠 새 수만 대 계약 돌풍이 일어났다. 업계에선 100%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량 판매가가 5500만원 등으로 인하될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내년 충전 인프라 예산은 늘리면서도 전기차 구매자 지원액을 줄여 전기차 시장 육성의 책임을 업계 책임으로 넘겨버린 꼴”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크게 떨어뜨린 2000만~3000만원대 ‘반값 전기차’가 다수 공개되는 양상도 정부의 보조금 삭감 추세와 무관치 않다.

이렇게 되면 내년 2000~5000만원대 이하의 전기차가 대거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성장이 더뎌진 데다 정부 지원까지 줄면서 완성차 업계의 가격 인하 압박은 더 거세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는 현대차그룹은 기존 고급 전기차 가격을 당장 낮추는 것보다 준중형, 소형 전기차 등 대중형 제품을 대거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보조금을 100% 받는 것은 물론 가격 접근성이 좋은 전기차 위주로 라인업을 재정비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다. 이후 순차적으로 전반적인 전기차 가격 조정에 들어갈 채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기아 레이 EV. [사진 제공 = 기아차]
2000만원대에 최근 출시된 기아 레이EV가 불씨를 당겼다. 내년 출시될 현대차 캐스퍼EV 등으로 현대차그룹 주도의 2000만원대 전기차 시장이 본격 개화할 전망이다. 기아는 EV3·EV4·EV5 등 기존보다 가격이 낫은 대중형 전기차 출시를 국내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업계에선 일찌감치 전기차 가격 할인과 마케팅 경쟁을 진행 중이다.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 수입차는 과거엔 가격 할인에 보수적이었다.

신차 구매 정보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벤츠·BMW·아우디 등 주요 수입차 3사는 최대 20% 가까운 전기차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 점유율이 가장 높은 현대차그룹 브랜드들이 가격을 낮춘 전기차를 다수 출시할 것이 예고되면서 수입차 업계도 가격 인하 압박을 거세게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조금을 대표로 한 정부 주도의 시장 확대 기조에서 자동차 기업의 가격과 마케팅 경쟁으로 전기차 산업 성장의 무게추가 완전히 넘어오면서 찻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배터리 구독 등 신규 서비스 도입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아는 국내 최초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배터리 구독서비스는 배터리를 뺀 차량 가격을 첫 구매 시 지불하고 배터리 가격을 매월 나눠 내는 방식이다. 전기차 구매 비용을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다. 기아는 서비스 실증을 거쳐서 내년 하반기 정식으로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개시할 전망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업계에서 중국산 LFP를 채용한 중저가형 전기차가 다수 출시되면서 정부가 이를 반영해 지원보조액을 낮춘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내년 전기차 시장은 가격 인하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진검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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