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 ‘각본처럼’ 사장 교체 절차 시작

강한들 기자 2023. 8. 3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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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KBS본관에서 제 1049차 한국방송공사(KBS) 정기 이사회가 열린 30일 김의철 KBS 사장이 불참한 가운데 서기석 신임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들이 회의에 참석해 있다. 이사회는 이날 김 사장의 해임 제청을 의결 안건으로 상정했다. 권도현 기자

한국방송공사(KBS) 이사회가 김의철 KBS 사장의 해임 절차를 시작했다.

KBS 이사회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정기이사회를 열어 김의철 KBS 사장 해임 안건을 비공개로 상정해 논의했다. 상정에 이사진 11명 중 6명이 찬성, 4명이 반대, 1명은 기권했다.

여·야로 갈린 이사들은 회의 공개 여부부터 이견을 보였다. KBS 정관은 “감사⋅인사관리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하면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공개회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권 성향 이사들은 “인사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로 해왔다” 주장했고 야권 성향 이사들은 “이 규정이 ‘공정한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니 공개해야 한다”고 맞섰다. 2018년 고대영 전 사장을 해임할 때도 KBS 이사회는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KBS 이사회는 표결로 비공개(비공개 6, 공개 4, 기권 1)를 결정했다. 류일형 KBS 이사는 ‘김의철 사장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제안을 서기석 이사장이 불필요하다고 거절하자 표결에 불참했다.

제 1049차 한국방송공사(KBS) 정기 이사회가 열린 30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에서 열린 이사회에 김의철 KBS 사장이 불참해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다. 이사회는 이날 김 사장의 해임 제청을 의결 안건으로 상정했다. 권도현 기자

앞서 여권 성향 이사 5인(권순범·김종민·이석래·이은수·황근)은 지난 28일 ‘긴급안건’으로 김 사장 해임 의결 안건을 올렸다. 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영 악화, 직원의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추락 등으로 사장으로서 직무 수행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야권 성향 이사들은 김 사장의 해임이 ‘긴급 안건’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야권 성향 이사들은 ‘사장 해임’과 같은 KBS 이사회 주요 안건은 이사회 7일 전까지는 이사들한테 공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건 상정 여부도 표결에 부쳐졌고 이사회는 6인 찬성, 4인 반대, 기권 1인으로 해임 안건을 상정했다.

KBS 이사회는 다음 달 6일 이사회를 열고 심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권 성향 이사들은 30일 이사회 시작에 앞서 해임안에 내용을 보완해 제출했다. 야권 성향 이사들은 회의 직전에 내용이 추가됐기에 바로 토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 달 12일 오전 9시에 열리는 이사회에서는 김 사장의 소명을 직접 듣고 증거를 조사하는 청문 절차를 밟는다. 김 사장은 이사회 전날까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도, 이사회에 직접 참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도 있다.

이르면 12일 이사회에서 김 사장을 해임하는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다. 김 사장 해임제청안 통과는 표결을 통해 결정된다. 가결 요건은 과반이다. KBS 이사회에서 해임제청안이 처리되면 KBS 사장의 최종 해임은 임면권이 있는 대통령 재가로 결정된다.

김 사장은 30일 입장문을 내고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 수용자 조사에서 KBS는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이고, 직원의 사장 퇴진 요구를 해임 근거로 삼는다면 KBS 사장은 앞으로도 인기에 영합해 직원 이익에 반하는 일에는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KBS가 상업성, 영리성을 우선하면 재난 방송, 지역방송, 장애인 방송 등 다른 상업방송에서 하지 않는 공적 책무를 이행하는 KBS의 존재 의의는 사라진다”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도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정연주 전 사장 해임 때부터 시작된 불법적 ‘KBS 사장 자르기’는 2018년 문재인 정권이 같은 방식으로 고대영 전 사장을 해임함으로써 관행이 됐다”라며 “국회는 5만 국민청원을 통해 부의된 방송법 개정안의 의미를 무겁게 새기고 조속히 처리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제도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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