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고1 대입 때부터 모든 전형에 '학폭 기록' 반영 의무화

2026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
반영 범위는 대학별 자율 결정
가해 이력 땐 지원자격 제한 가능
사과∼퇴학 조치별 차등 감점 유력
자퇴생에 학생부 요구할 수 있어
관련 소송 진행 중이라도 적용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치르는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부터 모든 대학의 거의 모든 전형에 학교폭력 가해 조치 이력이 반영된다. 학교폭력 가해 이력이 있으면 대입 지원조차 어려울 수도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2026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기본사항’을 발표했다.

지난 7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대입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참석자가 책자를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2026학년도 대입의 가장 큰 변화는 올해 4월 발표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학교폭력 조치 사항 반영이 의무화됐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사건을 계기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위주의 수시는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정시 전형, 논술, 실기·실적 위주 전형에도 학교폭력 가해 처분 결과를 반영하도록 했다. 학교폭력으로 처분을 받더라도 학생부 위주 전형이 아니면 감점을 받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사실상 모든 전형에 학폭 조치 사항을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서울대·고려대·한양대·서울시립대·건국대·세종대·홍익대 등 21개교는 정부 기조에 발맞춰 1년 앞선 2025학년도 대입 수능 위주 전형에서도 학폭 조치를 반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입에 학교폭력 조치를 얼마나, 어떻게 반영할지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된다. 교육부와 대교협이 이날 함께 배포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각 대학은 전형 특성을 고려해 학생부에 학교폭력 관련 기재사항이 있는 학생은 아예 전형 지원자격을 제한할 수도 있다. 교육계에선 특히 교대·사범대 등 인성을 강조하는 대학에서 지원자격 제한을 내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부분 학교는 학교폭력 조치사항에 따라 감점을 차등 적용하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 조치는 1호(서면사과)부터 9호(퇴학)까지 있는데, 조치에 따라 감점 폭을 다르게 하거나 상대적으로 무거운 조치에 대해서만 감점을 하는 식이다. 수능 점수 위주의 정시전형의 경우 총점에서 일정 점수를 깎는 식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또 검정고시생에 대해서도 각 대학이 학생부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자퇴를 해 학교폭력 기록을 무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학생부 마감일 이후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을 반영할지 여부는 대학 재량에 맡겨진다. 사안이 중대하거나 대입 반영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될 경우 대학별 입학전형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판단할 수 있다.

아울러 학교폭력 조치사항은 조치 결정 통보 즉시 기재되기 때문에 조치와 관련해 소송, 집행정지 처분이 진행 중이더라도 대입에 반영될 수 있다. 대교협은 소송으로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이 대입전형 종료 후 뒤바뀌더라도 대입전형 결과에 반드시 소급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교폭력 조치 1∼3호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는 등 퇴학을 제외한 조치는 졸업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삭제되기 때문에 고3 수험생과 이른바 ’n수생’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은 이번 기본사항을 반영한 2026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내년 4월 말까지 해당 대학 홈페이지에 공표해야 한다. 2026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대교협 홈페이지, 대입 정보 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