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 대통령의 해병대 ‘사단장 수사’ 질책설 진상 뭔가

2023. 8. 3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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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수사단장으로 수해 구조 당시 일어난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대령이 지난 8월11일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기자들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유새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직접 개입해 사단장 수사를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 사건을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다고 박정훈 대령이 밝혔다.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초동 수사를 한 박 대령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이런 정황을 들었다는 사실관계진술서를 지난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했다.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사령관은 이를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사망 하루 뒤인 지난달 20일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박 대령이 전한 윤 대통령의 질책성 발언은 같은 사람이 했다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말이다. 박 대령 주장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대통령이 일선 수사에 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여가 없었다’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국회 발언도 위증이 된다.

다른 관련자들이 부인하면서 박 대령 말은 진위 규명이 불가피해졌다. 국방부 검찰단은 수뇌부 뜻에 반해 해병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의 간부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려 했다는 이유(집단항명)로 박 대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외압 시비 속에 인신구속부터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전한 정황이 매우 구체적이고, 지금까지 납득하기 어려웠던 국방부의 이상한 대응을 비로소 설명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지난 40여일은 구명조끼도 없이 강에서 수색작업을 하다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순직한 젊은 병사의 한을 풀어주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장관이 자신이 결재한 문서를 하루 만에 번복하고 수사 책임자를 경질하면서 초점이 ‘항명 대 외압’으로 바뀌었다. 그 후 국방부는 결국 사단장 등을 제외한 ‘대대장 이하’ 2명만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기로 결론을 뒤집었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사태 전개였는데, 그 와중에 대통령 개입설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이 사건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회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할 국면이 됐다.

아울러 결재한 문서를 석연치 않은 경위로 뒤집고, 책임 있는 답변을 회피하는 이 장관 처신도 짚어야 한다. 이 장관은 30일 해외 출장을 이유로 이 사건뿐 아니라 육군사관학교 흉상 철거 논란 답변을 요구받은 국회 예결위에 불출석했다. 명백한 국회 무시다. 그는 60만 병력을 관리하며 이들의 사기를 진작할 군 책임자로서 권위를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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