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장애인 택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하루 운동을 마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해시태그(#)를 다는 문화가 유행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오운완’으로 검색하면 수백만건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기성세대 건강 관리가 억지로 해야 하는 숙제 같았다면, 이들에겐 즐기면서 하는 놀이로 바뀐 것이다.
‘운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숫자로도 알 수 있다. 통계청 ‘2022 한국의 사회 지표’를 보면 주 1회 이상 생활체육에 참여한 10세 이상 국민 비중은 61.2%로 조사됐다. 10년 전에 비해 18%포인트가량 높아졌다. 그런데 그 속에서 장애인은 왜 보이지 않는 걸까. 어쩌면 비장애인들은 헬스클럽에 장애인이 없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한번 생각해보라. 당신이 학교에서 우리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은 학교가 우리의 입학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일터에서 우리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그곳에 접근할 수 없거나 고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극장에서도 우리는 같은 이유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장애인 인권운동가 주디스 휴먼의 말처럼, 장애인들이 헬스클럽에 오지 않는 건 우리가 그들의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은 사설 체육시설에선 출입 거부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고, 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서 운동을 꺼렸다고 한다. 한 시각장애인은 사설 헬스장에 1년 이용권을 문의했지만 “몸이 불편하신 분은 1개월 단위로만 가입할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활동지원사 동반이나 면책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연 단위가 아닌 월 단위나 지원사 몫까지 결제하면 비용 부담이 커지니 사실상 ‘장애인 택스(세금)’가 붙는 셈이다. 장소도 마땅치 않다. 전국에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은 73곳에 불과하다. 그들에겐 오늘도 ‘오운완’을 외치는 세상은 먼 나라 얘기인 것이다.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운동할 권리조차 투쟁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 현실은 야만적이다. 장애인 택스에 양심이 건드려졌다면, 차별과 편견을 줄이려고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선량한 마음만으론 안 된다. 어디서부터라도, 변화는 걸음을 뗄 때만 가능하다.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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