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은 오락비 더 썼는데…" 고물가 속 양극화란 비극
2분기 가계동향 살펴 보니…
저소득층 가계부만 마이너스
소득 75.4% 생계 위한 지출
고소득층은 여가활동비 증가
고물가로 부의 양극화 심화
저소득층의 삶이 더 팍팍해졌다.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에 속한 가구의 '소득-지출'은 1~5분위 계층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였다. 이들은 대부분의 소득을 생계를 위해 소비했고, 이를 제외하고 쓸 수 있는 돈은 소득의 4분의 1이 채 안 됐다. 소비성 지출은 확 줄었다. 고물가가 저소득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이하 기준 동일)보다 0.8% 줄었다.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소득은 3.9%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도 383만1000원으로 2.8% 줄었다. 여기서 '가구'는 전국 1인 이상 일반가구 기준이다. 소득 또는 지출이 없는 가구도 포함돼 있다.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362만2000원으로 4.1% 늘었다. 이 가운데 소비지출은 269만1000원으로 2.7%, 비소비지출은 96만2000원으로 8.3%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난 건 이자비용(42.4%), 비경상조세(95.0%), 사회보험료(5.4%), 경상조세(5.0%) 등이 증가해서다. 비경상조세에는 상속ㆍ증여ㆍ양도소득세 등이 포함된다.
눈여겨볼 부분은 소득 5분위(상위 20%) 고소득층의 경제다. 5분위의 경우 월평균 1013만8000원을 벌어서 456만2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557만6000원을 남긴 셈이다. 지출 비중은 음식ㆍ숙박(16.0%), 교통(14.5%), 식료품ㆍ비주류음료(11.8%), 기타 상품ㆍ서비스(9.2%), 교육(9.2%), 주거ㆍ수도ㆍ광열(8.5%), 오락ㆍ문화(8.4%), 보건(7.3%), 의류ㆍ신발(5.7%) 순이었다.
기타 상품ㆍ서비스나 교육, 오락ㆍ문화, 의류ㆍ신발 등 소비성 지출의 비중이 32.5%라는 점이 눈에 띈다. 가장 많이 늘어난 지출항목은 오락ㆍ문화(14.8% 증가), 가장 많이 줄어든 지출항목은 '가정용품ㆍ가사서비스(-7.1%)'였다. 고소득층에서는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출을 줄이는 대신 여가활동 비용은 늘린 셈이다.
이는 소득 1분위의 경제와 대조적이다. 1분위에 속한 이들은 월평균 111만7000원을 벌어 122만8000원을 지출해 11만1000원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식료품ㆍ비주류음료(19.5%), 주거ㆍ수도ㆍ광열(19.5%), 보건(12.9%), 음식ㆍ숙박(11.8%), 교통(7.5%), 통신(4.2%) 등에 소득의 75.4%를 지출했다. 고물가 상황이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 간 양극화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의 양극화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취약계층을 위한 고용ㆍ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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