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홍범도 흉상 이전 추진 타당”… 민주 “매국행위” 비판

김승환 2023. 8. 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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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정율성 논란 격화
한 총리 “헌법 기본정신 충실해야”
박민식 “정율성, 헌법 1조1항 배신”
野, 尹정부에 “반헌법적 폭거 중단”
이재명 “박정희 흉상도 철거할 거냐”
시민단체도 진영 따라 입장 갈려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국회에서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추진에 대해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련 공산당 가입 등 이력을 문제 삼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 야권뿐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도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한 총리가 육사에 힘을 보탠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총리는 이날 2022 회계연도 결산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으로부터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 정부의 뜻이냐”는 질문에 “네,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관학교 정체성이나 생도교육에 부합하도록 교내 기념물 재정비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건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라는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에 충실해야 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최근 광주광역시의 기념공원 추진으로 논란이 된 정율성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 1조1항을 정면으로 배신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객관적 자료 부족을 들어 항일운동 이력 또한 불분명하다는 뜻을 밝혔다. 광주 출신 음악가인 정율성은 의열단 소속으로 항일운동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중국 인민해방군·북한 조선인민군 군가를 작곡했고, 6·25전쟁 당시에 중공군 일원으로 전선 위문 활동을 한 뒤 중국으로 귀화했다. 박 장관은 정율성의 항일운동 이력에 대해서도 “(항일운동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전혀 없다”며 “현재까지 검토된 자료를 볼 때 정율성을 항일운동가라고 하는 데 대해 저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야당은 역사전쟁에 불을 댕기고 있는 윤석열정부를 향해 “몰역사적이고 반헌법적 폭거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북한 군가 작곡 이력이 있는 정율성 논란에 대해선 당 차원의 의견 개진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전남 무안에서 열린 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을 언급하며 “국방부가 독립운동 역사를 지우는 만행에 앞장서고 있으니 이게 매국행위가 아니고 무엇이냐”며 “박정희 전 대통령도 한때 남로당원이었는데 전국에 있는 박 전 대통령 흉상을 다 철거할 거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매카시가 다시 무덤에서 살아돌아온 것 같다. AI(인공지능) 시대 대한민국에 철지난 색깔론, 반공이데올로기가 웬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도 진영에 따라 입장이 갈렸다.
보훈단체, 사업 철회 성명서 전달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등 12개 보훈단체 관계자들(오른쪽)이 30일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정율성 기념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전달하며 광주시 직원 설명을 듣고 있다. 광주=뉴시스
보훈단체 연합회는 광주시청 앞에서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 기념사업 전면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4·19혁명 3개 단체(민주혁명회·혁명희생자유족회·공로자회), 8개 보훈단체 등으로 구성된 연합회는 이날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 회원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5·18 공법 3단체 중 한 곳인 부상자회의 황일봉 회장이 참석해 주목받았다. 5·18부상자회는 지난해 3월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공법단체로 5·18보상법에 따라 보상을 받은 5·18민주화운동 참가자들로 구성돼 있다. 회원은 2000여명에 달한다. 이날 참가자들은 “보훈가족 피눈물 나게 하는 정율성 기념공원 사업 중단하라” “정율성은 6·25 남침 나팔수”의 구호를 외치며 정율성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았다. 이화종 회장은 “정율성은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인물이다”며 “그런 인물을 광주에서 기린다는 것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다 희생한 호국영령을 모독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성명서 낭독 후 시청 정문으로 이동한 참여자들은 강기정 광주시장과의 면담, 성명서 전달 등을 요구하며 1시간가량 청사 방호 직원, 경찰과 대치했다.

광주시는 이날 집회와 관련, 논평을 내고 “보훈단체들의 주장·요구는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의 본래 취지와 실제 사업내용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는 “기념 사업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 당시부터 지금까지, 광주에서는 2002년부터 시장 5명이 바뀌는 동안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지방정부가 뒤따르며 지속해 왔다”고 밝혔다.
항일 무장단체 의열단 출신이자 중국 3대 작곡가인 정율성의 행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29일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에 정율성의 흉상이 설치돼있다. 정율성은 유년기 화순에 머무르며 능주초를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지역 92개 시민사회단체도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을 반대한 부상자와 공로자회를 비판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보훈부와 보수언론, 극우매체, 국민의힘은 음악가 정율성이 의열단 단원이자 조선의용군의 일원으로 일본과 싸웠던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는 애써 외면하고 그의 생애 중 한 단면만을 부각해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또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와 부상자회는 해당 광고에서 오월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등 보훈부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다”며 “두 공법단체는 부화뇌동하지 말고 자숙하라”고 촉구했다.

김승환 기자, 광주=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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