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투병` 경찰관, 휴직중에…`보이스피싱` 현행범 잡았다

전북 익산 소재 은행서 현금수거책 의심
걷지 못한 상황서 경찰관 임무 수행

보이스피싱 현행범이 검거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 경찰청 유튜브 제공

정순경이 보이스피싱범에게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며 검거하고 있다. 경찰청 유튜브 제공

대장암으로 휴직 중이던 경찰관이 보이스피싱 현행범을 검거한 사실이 전해졌다. ATM(현금자동입출금기)를 이용하기 위해 방문한 은행에서 다른 고객에게 계속 차례를 양보하며 주변을 두리번하는 현금수거책을 보이스피싱 수사 경험과 지혜를 발휘해 붙잡은 것이다.

경찰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지난 3월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한 은행 ATM 출금기 앞에서 청주 상당경찰서 소속 정세원 순경이 서성거리던 30대 A씨를 수상하게 여겨 경찰임을 알린 후 추궁 끝에 검거했다.

정 순경은 다른 고객에게 계속 차례를 양보해 주고 불안해 하는 A씨를 발견하고 수상함을 감지했다. 정 순경은 A씨에게 다가가 자신의 경찰 공무원증을 제시하며 "어디에 얼마나 입금하시는 것이냐", "텔레그램으로 지시받고 일하는 것이냐" 등의 질문을 했다.

A씨는 정 순경이 경찰임을 알고, 손에 들고 있던 자신의 휴대전화를 황급히 주머니 속으로 집어 넣으며 대답을 피했다. 정 순경은 A씨에게 가방을 열어보게 했고, 그 안에는 현금 1700만원이 세 개 봉투에 나뉘어 들어 있었다. A씨는 정 순경에게 "나는 잘 모르니 담당 직원과 통화해 보라"며 휴대전화를 건넸다.

전화를 건네 받은 정 순경은 상대방이 "금 거래를 하는 거라 이런저런 돈을 입금한다"고 말하자, 어느 거래소에서 근무하냐고 묻자 "나중에 전화하겠다"며 전화를 급하게 끊었다. 정 순경은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확신하고, 112에 신고해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A씨에게 말을 걸며 도주를 막았다. 정 순경은 출동한 경찰에게 이 남성을 인계했다.

당시 정 순경은 항암 치료르를 받는 중이어서 제대로 걷지 못한 상황이었음에도 수사 경험과 지혜를 발휘해 보이스피싱 범을 잡는데 기여했다. 경찰은 A씨로부터 1700만원을 회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줬고,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정 순경은 "마땅히 경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