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인근 주민들 갑상선암 단체소송 항소심도 '패소'…"고통 외면"(종합2보)

노경민 기자 2023. 8. 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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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방사선 피폭으로 갑상선암에 걸렸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단체소송과 관련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재판부는 갑상선암 발병과 원전 방사선 배출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를 포함한 원전 인근 주민들의 피폭선량이 일반인에 대한 선량한도보다 훨씬 낮은 수치"라며 "땅이나 우주, 음식물 등으로부터 받는 자연방사선 피폭선량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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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암 발병과 방사선 간 인과성 없다고 판단…"피폭선량 낮아"
2800여명 한수원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상고 예정"
갑상선암공동소송 시민지원단이 30일 부산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갑상선암 주민들 공동소송 항소심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3.8.30/뉴스1 노경민 기자ⓒ News1 DB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방사선 피폭으로 갑상선암에 걸렸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단체소송과 관련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주민들은 재판부가 고통을 외면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고법 민사5부(김주호 부장판사)는 갑상선암 피해자 등 2800여명이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갑상선암 발병과 원전 방사선 배출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를 포함한 원전 인근 주민들의 피폭선량이 일반인에 대한 선량한도보다 훨씬 낮은 수치"라며 "땅이나 우주, 음식물 등으로부터 받는 자연방사선 피폭선량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저선량 방사선에 의한 피폭과 갑상선암 등 암 발병에 대해선 국내외적으로 일치된 합의가 없는 실정이고 향후 다양한 조사,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원자력안전법시행령상 일반인에 대한 방사선 유효선량한도는 연간 1mSv(밀리시버트)다. 재판부가 판단한 원전 부지의 제한구역 경계의 방사선 수치는 연간 0.25mSv다.

갑상선암에 걸린 공동소송 원고 618명 가운데 지역별 피해자수는 기장 고리원전 251명, 영광 한빛원전 126명, 울진 한울원전 147명, 월성원전 94명이다.

이들은 갑상선암을 진단받기까지 평균 19.4년을 원전 인근 마을에서 거주했다.

원고 측은 갑상선 피폭량이 공법상 규제 기준 미만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전 근처에서 24시간 거주하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방사선 피폭량과 갑상선암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한수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선 피폭량이 기준치 이하라며 갑상선암 발병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 News1 DB

항소심에서도 패소하자 주민들은 곧장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갑상선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은 30일 부산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는 평생 질병으로 고통받는 핵발전소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했다"고 규탄했다.

단체는 "재판부와 피고(한국수력원자력)는 주민들이 핵발전으로 인해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며 "역학조사 결과마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원고들이 느낄 절망감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오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갑상선암 발병이 방사선물질이 원인이라는 사실은 몇가지 사례만을 갖고 판단해도 근거가 명확하다"며 "사법부와 정부는 핵발전소가 인공적으로 배출하는 방사선으로 인해 주민들이 입는 건강 피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소송의 경우 2012년 고리원전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서 거주해 온 주민 A씨가 가족들이 갑상선암, 위암, 직장암 등에 걸려 한수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건이 배경이 됐다.

A씨는 2014년 1심에서 갑상선암에 대해 한수원 측에 손해배상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항소심에서 '방사선 피폭과 질병 간 인과 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며 판결이 뒤집힌 데 이어 대법원에서도 최종 패소했다.

갑상선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은 해당 판결 계기로 전국의 갑상선암 공동소송 참가자들을 모집했고, 환자 가족을 포함해 총 2856명이 소송에 동참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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