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철 지난 '대규모유통업법'…"방향 전환 필요한 때"
공정위, 판촉행사 가이드 라인 등 연내 보완 추진
(서울=뉴스1) 신민경 기자 = "대규모유통업법이 생겨난 뒤 새로운 이슈가 나올때마다 조항만 붙게 됐어요. 장식만 달다 보니 결국엔 현재 맞지 않은 옷이 된 거죠. 이제는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홍대식 한국경쟁법학회 회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현행 대규모유통업법 문제점을 이같이 분석했다.
사단법인 한국경쟁법학회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대규모유통업법의 법체계적 지위와 주요 쟁점' 관련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백화점·대형마트·TV홈쇼핑을 포함한 대규모 유통업자가 중소 납품업체나 매장 임차인에 부당한 반품, 경품·저가납품 강요 등 불공정 행위를 일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2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법률이다.
홍 회장은 "외국계 기업들이 퇴출당하고 국내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백화점·대형마트가 3개 사업자로 재편돼 당시 극약처방 차원에서 대규모유통업법이 만들어졌다"며 "백화점·대형마트 업계 발목에 모래주머니가 채워진 사이 편의점·홈쇼핑·온라인 등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온라인 플랫폼들은 대규모유통업법에서 벗어나 있는데 이들에게도 오래된 모래주머니를 또 채울 것인가를 고민해 보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며 "10년간 해당 문제를 수정한 적이 없다. 이제는 파급효과를 보면서 판단할 수 있도록 규제가 유연해져야 하다"며 법개정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이날 특별세미나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점으로 판매촉진비(판촉비)와 판매장려금이 거론됐다.
유통법상 판매촉진 행사비용에 따른 납품업자의 최대 분담 비율은 50%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 관련 조항은 납품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조사인 납품업자는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규모유통업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판매촉진 행사 비용보다 획득하는 이익이 적다고 판단한다면 판매촉진 행사를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납품업체가 판촉비 50% 이상을 비용부담해도 되는 예외 규정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공정위가 운영하면서 일부 보완됐지만 다수의 납품업자들이 판촉비 관련 법 규정 자체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서면약정 교부 의무 때문이다. 심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달리 온라인 업체 판촉행사는 수 시간에서 수분 단위로 다양한 판촉행사를 진행한다"며 "그때마다 사전 서면을 준비 시간이 소요되면서 온라인 발전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유통업법상 판매장려금 관련 법적 쟁점' 주제를 발표한 최요섭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유통 환경이 변화하면서 납품업자도 다양한 판로가 생성된 상황"이라며 "과도한 규제보다는 대규모유통업자·납품업자·가맹사업자 등 균형 있게 봐서 협력과 경제를 통해 소비자 후생을 증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규모유통업법 초안을 만들었다고 알려진 최영홍 한국유통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유통업 형평성을 위해 만든 법안이 유통업자에 대해 법 집행을 업걱하게 하는, 되레 형평성을 어긋나게 하는 결과를 낳은 괴물을 만드는 데 일조했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이런 세미나 같은 자리를 통해 이 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비 작업을 위한 개정안을 만드는 작업을 추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위회는 '경영간섭금지 조항 신설·판촉행사 비용 분담 규정 개선' 등으로 대규모유통업법 개선을 추진 중이다. 법률 개정안 시행 시기인 2024년 2월에 맞춰 시행령과 과징금 고시를 정비해 법령상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판촉행사 가이드라인 운영 경과, 유통 및 납품업계 요청, 최근 경기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균형 있게 개선방안을 연내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신용희 공정위 유통대리점정책과장은 "거래상 지위 남용 정립이라는 어려운 숙제가 있다"며 "업계 현실과 법리 문제를 지속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smk503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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