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폐경) 여성 다 모여라…함께 노는 법 알려줄게" [오늘의 DT인]
갱년기 여성돕는 플랫폼 구상… 건강·여행 등 새 삶으로 위로
"고민상담 등 완경극복에 도움되는 친구같은 존재 되고 싶어요"
지역 여행 플랫폼 '노는 법' 운영 허정 바바그라운드 대표
완경(完經). 10대 초반서부터 40대 중후반까지, 450여회에 걸친 '달거리'를 마치게 되는 순간은 어느 여성에게나 숙명처럼 찾아온다. 모두가 겪는 일이지만, 누구에게도 말하기 민망스러운 일이다.
처음 찾아온 월경에 어쩔 줄 몰라했던 수십년 전처럼, 떠나보내는 일도 혼란스럽고 지난한 과정이다. 여성 호르몬 결핍으로 감정이 수시로 요동치고, 온몸 이곳저곳이 안 쑤신데가 없어지고, 밤에는 잠을 이루기 어렵다. 단지, 이 시간이 다 지나는 날까지 인고하는 수밖에.
이런 완경 여성을 돕겠다며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지역 여행 플랫폼 '노는 법'을 운영하는 바바그라운드다. 지난 23일 전주 라한호텔에서 벤처썸머포럼에 참석한 허정(36·사진) 바바그라운드 대표를 만났다. 그는 "심신 안정을 도와주는 지역 여행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장차 운동과 기능식품, AI 코칭에 이르기까지 완경 여성을 위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으로 일하다 불현듯 배낭을 메고 10개월 동안 홀로 세계여행을 다녔다. "시니어끼리 소규모 자유 여행을 다니는 외국 분들을 굉장히 많이 봤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그런 케이스가 거의 없더라고요. 시니어는커녕 50대도 보기 어려웠죠. 특히 자유여행을 다니는 중장년 여성 분들은 더 희소했고요. 대신 삼사십명씩 몰려다니는 패키지 여행을 자주 다니시더라고요. 왜 더 재미있게 놀지 못할까. 한편으로는 이게 사업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여행·관광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단순히 모바일을 통한 정보 습득에 상대적으로 서툴다고 해서 패키지 여행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잠재 고객 인터뷰 과정에서 '누가 노는 법을 좀 알려주면 좋겠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어떻게 놀아야 하고,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자체를 모르신다면서요. 그럼 저희가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서비스 이름도 '노는 법'으로 지었죠."
'피봇(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노는 법'은 일단 국내 여행부터 서비스 개발을 시작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을 통해 지역 농가와 콜라보를 맺고, 치유농업이나 차 마시기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40~60대 여성들은 혼자 떠나기보단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방식을 선호했고, 그러한 수요에 부응해 허 대표는 동행을 찾아줄 수 있는 단톡방을 운영하게 됐다. 그리고 어느날, 단톡방에서 조심스런 질문이 나왔다.
'오늘 호르몬 치료를 받고 왔는데 이걸 계속 받아도 되는 건가요?'
한번 말문이 트이자 끊기는 일 없이 대화와 호소, 그리고 공감이 이어졌다. 허 대표는 "아무래도 오프라인에서 꺼내긴 어려운 이야기잖아요. 여긴 익명이 보장되는 톡방이고, 사회적으로 이어져 있는 관계도 아니니까 심리적 장벽도 약화된거죠. 저희 입장에선 40~60대 고객들의 가장 큰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발견하게 됐고,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보고 싶다는 결심이 들었죠"라고 말했다.
노는 법 어플은 최근 '웰니스'라는 메뉴를 추가했다. 십수 개의 질문에 응답하고 나면, 자신이 어떤 유형의 갱년기 증상을 주로 겪고 있는지 규정해주는 일종의 성향 테스트를 제공한다. 고객들은 테스트 결과를 받아들고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인지하게 된다. 자신의 유형을 단톡방에서 공유하면서, 완경이 세상에서 나만 겪고 있는 형벌이 아니라는 위로도 얻게 된다.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꼭 호르몬치료가 아니더라도 활동량을 늘리고, 가벼운 운동이나 즐거운 취미를 꾸준히 하는 것으로 갱년기 증상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해요. 그 과정에 도움을 드리고자 최근 '평생 써먹는 나만의 웰니스 루틴 만들기'라는 한달 프로그램도 론칭했습니다." 건강을 위한 식단 관리법, 간편하게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부터 시작해 갑작스런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챙김 방법까지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돌이켜보면 '노는 법'이 제공해왔던 모든 여행 상품이 실은 완경 여성을 위한 것이었다. 농원에서 함께 고추장을 만들면서 웃고 떠드는 일, 황토길을 맨발로 걸으면서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 일, 처음 보는 또래 여성들과 차를 마시면서 어느새 속 깊은 얘기까지 털어놓는 일까지. 한 고객은 최근 이런 후기를 남겼다.
'지천명의 나이에 내 삶의 이정표를 만들어갑니다. 처음 만남에도 친근함이 느껴지는 건 같은 마음으로 모인 우리라는 뜻이 아닐까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허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완경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로 거듭나려고 합니다. 일단 저희가 처음 시작했던 '여행'도 보다 완경 여성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더 나아가 친구를 찾아줄 수도 있고,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해줄 수도 있고, 취미를 만들어줄 수도 있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생성형 AI를 이용해서 고민을 바로바로 상담해주고,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사진=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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