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틱] 노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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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선 음악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음악의 특별함에 관한 잡스의 비전은 틀리지 않았다.
유튜브에는 8억개의 동영상이 있다는데, 그중 84%가 음악 관련 동영상으로 추정된다.
알다시피 유튜브는 음악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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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김영준 |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우리는 우선 음악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하며 스티브 잡스는 선언했다. “왜냐고요? 우리 모두 음악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음악의 특별함에 관한 잡스의 비전은 틀리지 않았다. 이를 가장 대규모로 증명하는 것이 유튜브다. 유튜브에는 8억개의 동영상이 있다는데, 그중 84%가 음악 관련 동영상으로 추정된다. 알다시피 유튜브는 음악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3분 안팎이라는 적정한 시청 길이, 노래마다 가수와 제목이 있어 검색이 쉬운 점, 반복해서 듣는 것의 당연함, 일반인들도 노래는 쉽게 올릴 수 있는 점, 언어장벽을 초월해 전 세계인이 댓글을 달 수 있는 점 등의 요인이 결합하여 음악은 유튜브를 지배하게 됐다.
다만 ‘언어장벽을 초월한 댓글’이 지속할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댓글을 막아 놓은 게시물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음반회사와 계약하고 직접 올리는 음악 게시물에 ‘댓글 달 수 없음’이 기본설정이 된 게 3년 전이다. 개인들도 여전히 음악 게시물을 올릴 수 있지만, 유튜브가 자체적으로 올리는 것의 속도나 범위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므로, 댓글 달기가 가능한 게시물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음악뿐이 아니다. 게시물이 아동 대상일 경우, 유튜브는 자동으로 댓글 기능을 차단한다. 여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유튜브는 댓글 관리비용을 더 감당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해는 간다. 8억개 게시물에 달리는 댓글을 모니터하는 건 불가능의 영역일 것이다.
아무튼 댓글의 입지가 축소되는 건 아쉬운 일이다. 댓글을 읽기 위해 들어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가사의 의미라든가 아티스트에 관한 지식을 얻는 것 말고도, 댓글을 읽다 보면 특별한 공동체에 참여하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는 이런 특별한 느낌이 모든 서비스의 초기에 찾아오지만 금세 사라진다는 것을 배웠다. 유튜브는 오래 버티는 편이다. 물론 여기도 멀쩡하지 않은 댓글이 없지 않다. 예컨대 이 곡은 죽은 남편이 좋아해서 장례식 때 틀었다든지, 이 곡은 마약중독으로 죽은 여자친구가 기타로 연주하곤 했다든지 등등. 이 사연들을 안 믿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경멸적인 호칭인 ‘유튜브 소설’이라는 말도 아깝다고 여긴다.
대체 댓글이란 뭘까? 왜 거짓말까지 할까? 개인적인 사정은 알 수 없다. 아마 인터넷은 아직도 낯선 곳이고, 우리는 두리번거리면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을 졸업하지 못한 건지도 모른다. “그대들은 모든 사안에 한마디하는 것을 의무로 알고 있다.” 오늘날을 목격이라도 한 듯 니체는 썼다. “그대들은 언제나 한마디 던질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참된 생산력을 모조리 없앤다!”(니체 ‘아침놀’, 177절) 여기서 핵심은 ‘의무’일 것이다. 우리는 모든 뉴스에, 또 각자의 한마디에 댓글이나 좋아요로 참여하는 게 의무로 느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할 말 없으면 꾸며내서라도 말이다.
모두가 모든 사안에 실시간으로 판단 내리고 내리는 척할 때, “노코멘트-잘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은 듣는 사람에게 불안과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의무에 충분히 짓눌려 있기에 숙제를 안 내고 빠져나가려는 사람을 보면 견딜 수 없어지는 건지 모른다. 자신에게 신중할 여유가 허락된 적이 없다고 느껴질 때, 타인의 신중함을 높이 평가하기는 어려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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