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투영한 ‘이해균 회화 30년-흐르는 색채 展’

정자연 기자 2023. 8. 3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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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에서 32x41cm, Oil on hardboard, 2005

 

이해균 작가의 작품에서 봄의 햇살이나 풍성하고 싱그러운 나뭇잎을 찾는 일은 부질없다. 처연히 늘어진 모습의 나무들과 메마른 대지와 산. 피상적인 화려함이 가득한 어느 현실과 달리, 그가 보는 현실과 사회는 묵직하고 어둡고 우울하다. 누군가가 미처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그 어떤 세계를 직시할 거란 강렬한 외침을 작품 하나하나에 담은 듯 하다. 

가혹하고 묵직한 현실 세계를 회화로 표현해 온 이해균 작가의 회고전 ‘이해균 회화 30년 하이브리드-흐르는 색채 展’이 9월 5일부터 10월 29일까지 용인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 

이 작가에게 자연은 그 외침을 투영하는 오브제다. 그는 인간의 삶을 자연의 흔적에 투영했다. 이러한 작품에선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느껴진다. 

Cloud 2 183x248cm, Oil on canvas, 202

이번 전시에서도 인간과 자연, 사회의 면면을 두루 반영한 작품 등 총 30여점이 내걸린다. 작가가 그린 바다는 화면 가득히 잡힌 풍경화다. ‘격량의 스펙타클’에선 역사의 무대가 된 바다의 생명력을 생동감있게 완성했다. 고요한 듯 하지만 자연과 인간의 역사가 파도치는 바다처럼 무수한 반복과 차이를 통해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가 그린 산은 마치 파도치는 바다같다. '웅비의 자연감-백두대간' 작품에선 산이 만들어질 때의 기세를 그대로 보존한 산맥의 운동감이 캔버스를 뚫고 나오는 듯 표현됐다. 이 화가는 산의 외양을 그림과 동시에 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붓질로 고스란히 드러냈다. 캔버스나 하드보드지에 검은 밑바탕을 초벌한 뒤에도 긁고 칠하고 덧칠하기를 반복하면서 나무와 산줄기는 거칠고, 차가운 질감의 색층으로 발현됐다.

산세와 대지, 거목 등을 표현한 추상 회화에선 이 작가만의 강렬한 시선이 느껴진다. 속도감 있고 강렬한 붓터치가 적용된 작품은 무엇을 가리키거나 의미하는 투명한 언어가 철저하게 지양됐다. 현실을 직시할수록 불확실해지는 역설을 동종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격량의 스펙타클 165x405cm, Oil on canvas, 2023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1979년 수원에 정착해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 경기구상작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3년 수원시 최초 사립미술관인 해움미술관을 설립해 운영 중이며 예술가 단체인 교동창작촌에서 ‘미술마을 만들기’, ‘벽화 그리기’ 등 공공미술과 관련한 예술 프로젝트도 수 차례 펼치는 등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현실을 직시하는 그의 예술 세계는 현실 참여에서 나온 것과 다름 없다. 

이선영 평론가는 “그동안 그의 많은 도상들은 거칠고 힘든 삶을 은유해왔다. 작품 마다 깊이 있는 색채와 강렬한 붓의 흐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하게 내면의 어두움을 들여다보게 한다”고 평했다. 

하지만 작품은 단지 무겁고 어둡지만은 않다. 화가의 묵직한 작품은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꿈과 희망을 엿보며 예술의 본질을 느끼게 한다. 전시 개막 행사는 9월 14일 한국미술관 신관에서.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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