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안먹히네"…오염수 반응이 `광우병 괴담`과 다른 3가지 이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가 바다로 방류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국내 여론은 2008년 광우병 사태 때와는 달리 차분한 모습이다.
오염처리수는 광우병 사태와는 세가지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학습효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관계 △이슈의 성격에서 다르다.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 지지율은 일본의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조원씨앤아이가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스트레이트뉴스 의뢰, 지난 26일~28일까지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에 대해 긍정인 응답은 38.1%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인 2주 전 조사 결과보다 2.3%포인트 올랐다. 호남(10.5%포인트↑)과 20대(8.0%포인트↑)의 지지율 상승 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 지난 21~25일 5일 동안)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2%포인트 오른 37.6%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MB정부가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20%대까지 폭락한 것이나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과정에서 대구·경북(TK)지역의 지지율이 하락, 박근혜 정부에 어려움을 안겼던 것과는 딴판이다.
우선 학습효과다. 광우병 사태나 사드 전자파 논쟁 때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으로 막연한 불안감이 확산하는 등 가짜뉴스의 영향력이 컸다. 하지만 광우병 등이 결국 괴담으로 확인되면서 비슷한 사안을 마주했을 때 막연한 불안감은 확 줄었다. 경험을 통한 학습효과가 가짜 뉴스의 파괴력을 확 줄인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이후 첫 주말인 지난 26~27일 서울·인천·부산 등 전국 주요 어시장에는 손님들이 평소처럼 몰렸고 상인들의 매출도 이전과 비슷했거나 소폭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에 근거한 사실관계도 중요하다. 광우병 사태나 사드 전자파 때는 객관적인 사실이 드러난 게 없어 가짜뉴스가 먹혔다. 광우병 사태 때 언급됐던 프리온 단백질로 인한 'vCJD(변종성 인간광우병)'의 경우 공신력 있는 국제기관에서 별도 조사를 통해 안전성을 발표한 사례에 접근하기 어려웠고, 최근 수십 년 간 인간광우병 사례가 발표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수십 년 동안 치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등의 새로운 괴담이 판을 쳤다. 이번엔 다르다.
구체적인 수치로 안전성이 입증되고 있고 정부의 '안전 조치'도 취해졌다. 후쿠시마 처리수 논쟁의 경우 일본 정부에서 안전을 위해 '다핵종 제거설비(ALPS)'를 도입해 정화하고 이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여러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손쉽게 확인해볼 수 있게 됐다. 이런 사실이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광우병 사태가 국내 이슈였던 반면 오염수 문제는 국제 이슈다. 오염수가 가장 먼저 도착해 직접 피해 당사국으로 분류되는 미국과 캐나다 등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야당의 쟁점화가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해관계에 따른 차이도 있다. 광우병 사태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지 여부를 묻는 문제였기 때문에 국내 축산업계에서는 내심 반길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처리수 방류 문제에 대해 민주당 측은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한반도 앞바다가 오염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어민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민주당측 주장에 호응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원자력 분야 관계자들도 오염수 공포가 커지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큰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이밖에도 광우병 사태 때는 반미감정이나 반일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에 반해 2023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신냉전 구도가 굳어져 반미·반일 감정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단적인 예로 최근까지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반일감정을 호소하는 분위기와 달리 최근 일본 맥주 소비는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아사히 수퍼 드라이 생맥주는 편의점에 입고되는 즉시 모조리 팔려 나갈정도로 인기"라고 입을 모은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광우병 때나 사드 전자파 논쟁 때는 과학자들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해류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더해 대만과 태평양 도서국 등 다수의 일본 주변 국가들이 IAEA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나타내는 국제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러시아의 경우 소련 시절인 1966년부터 30년 가까이 동해상에 막대한 양의 핵폐기물을 쏟아내, 이 사실이 1993년 그린피스가 입수한 러시아 정부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적도 있다"면서 "당시에도 문제가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30년간 수산물을 먹고 탈 난 국민은 없다. 그런 부분이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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