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설마’한 높이인데”…고층 아파트 ‘절도 주의보’
[앵커]
서울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7층, 아찔한 높이여서 어떻게 침임했는지 오리무중이었는데, 수사해 보니 절도범은 공용 계단의 창문과 아파트 베란다를 맨손으로 넘어간 거로 조사됐습니다.
김화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직장인 박 모 씨,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집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박○○/절도 피해자 : "방에 있는 모든 물건과 서랍장, 이불들이 다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요."]
명품 시계와 팔찌, 현금까지 3,500만 원 상당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현관문에도 창문에도 별다른 흔적은 없었습니다.
17층 아파트, 지상 40 미터 높이여서 '침입 경로'를 알 수 없었습니다.
[박○○/절도 피해자 : "저희가 17층에 살고 17층에 (세대가) 저희밖에 없는데…"]
결국, 과학수사팀까지 동원됐는데, 베란다 난간에서 절도범의 '손자국'이 발견됐습니다.
박 씨의 집 한 층 위인 18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간 뒤, 공용 계단 창문으로 나가 맨손으로 17층 베란다로 넘어 들어간 거였습니다.
[박○○/절도 피해자 : "(CCTV에는) 범인이 일단 18층에서 내려가지고 18층 현관에서 왔다 갔다만 하다가 이제 내려가는…"]
30여 분 뒤 훔친 귀중품을 숨긴 절도범은 1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습니다.
[박○○/절도 피해자 : "경찰분들도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했었던 상황이라서, 솔직히 어떤 보통 사람이 베란다로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을 하겠습니까?"]
넉 달 뒤 붙잡힌 절도범은 같은 수법으로 고층 아파트 14곳을 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CCTV 추적을 피하려고 수십 km를 걸어 다니며 훔친 물건을 팔았고, 돈은 다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층 아파트는 의외로 절도에 취약합니다.
절도범들도 '저층보다 고층이 침입하기 쉽다'고 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방심하고 창문을 열어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고층이라고 해도 외출할 때, 철저한 문단속은 필수입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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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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