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자라면 지켜야" 국힘에서도 나오는 홍범도 흉상 철거 쓴소리

조현호 기자 2023. 8. 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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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자라면 홍범도 지켜야" "통일되도 육사 남아"
이준석 "이념따라 평가 달라져선 안 돼" 홍준표 "반역사 매카시즘"
홍범도사업회 "역린 건드린 까닭"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육군사관학교 흉상을 철거 이전 추진에 검사 출신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 소속 충남도지사까지 반대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보수 인사들까지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두고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처사”, “보수주의자일수록 지켜야 한다”, “통일이 된다해도 육군사관학교는 남는다”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단 보수주의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는. (홍범도 장군 흉상이) 육사 교정 안에 들어가 있으면 보수주의자라면 그걸 지켜야 한다”며 “현장에 있는 걸 그대로 지켜야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하면 안 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을 두고 김웅 의원은 “우리나라 육사 생도들이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전력이 있다고 해서 사상적으로 영향을 받거나 우리 독립군 전통을 오해하거나 그 정도로 덜 떨어지는 그런 청년들은 아니라고 본다”며 “정치인이 가장 할 말 없을 때 이야기하는 게 과거 역사 논쟁이다. 특히 홍범도 장군은 교과서에 나온 분”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교과서하고 싸우면 안 되죠. 도대체 교과서와 싸워서 어떻게 이기느냐”며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과거 영국 보수당의 디즈레일리 수상이 24년 만에 정권을 잡고 가장 먼저 했던 것이 이전에 자유당이 했던 모든 정책을 유지하면서 '우리는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에 기존의 제도를 지키겠다'고 말한 점을 사례로 들었다.

윤 대통령이 '공산주의 세력이 사회를 교란시킨다'는 발언을 연일 내는 것이 대통령도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동의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김 의원은 “아니라고 기대한다, 아니기를 바란다”며 “좌나 우를 떠나 우리한테는 너무나도 소중한 그런 역사적인 인물들”이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예를 들면 사회주의자였다고 해서 백석이 썼던 시가 그게 정말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너무 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을 때 정지용이나 백석의 시 자체를 읽을 수가 없었는데, 그 시대가 좋은 시절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도층은 이념 논쟁이 과열되는 데 아무관심이 없다고도 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범도 장군 육사 흉상 철거이전을 두고 보수주의자라면 흉상을 지켜야한다고 철거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CBS 뉴스쇼 영상 갈무리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전날 같은 방송에 나와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가입 전력을 두고 “이분이 6.25 전쟁을 일으켰던 것도 아니고 북한군과 함께 전쟁에 참여한 것도 아니고 1943년에 돌아가셨다”며 “광복 이전에는 좌와 우가 같이 독립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당시는) 공산주의의 문제점이 많이 나오지 않은 때여서 해방 이후에, 대한민국 건국한 뒤 6.25 전쟁과 맞물려 판단해야지, 공산당 가입 전력을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대한민국의 건국의 뿌리를 임시정부로. 군 같은 경우 대한독립군한테 두고 있지 않느냐”며 “김좌진, 지청전, 이범석 장군과 같은 반열에 있었던 분”이라고 해석했다. 김 지사는 주적이 북한이라고 규정해 장군의 흉상을 육사 교정에 두는 것은 부적하다는 주장에 “공산 국가인 북한이고, 주적은 맞고, 육사가 그 시절에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 광의로 봐야 한다고 본다”며 “우리가 통일이 된다든가 하면 육사는 계속 존재를 할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에게 모욕을 주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분단 이전에) 일제시대의 독립운동가들에게 민족진영에서 활동하는가, 공산진영에서 활동하는가는 우리가 지금 선거에서 기호1번을 지지하느냐, 기호 2번을 지지하느냐 정도의 문제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대표는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훈장을 추서해도 문제가 없었던 것”이라며 “공산주의자에게 암살된 김좌진 장군의 손녀 김을동 전 의원이 홍범도 장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 무엇이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 논란은 하루속히 접는 것이 좋다”며 “잘하는거 하자 '백지화'”라고 썼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27일 페이스북에서 “6.25 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그 전쟁에 가담했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이제와서 논란이 되는가”라며 “참 할 일도 없다”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항일 독립전쟁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 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라며 “그건 반 역사이고, 그렇게 하면 매카시즘으로 오해받는다. 그만들 하라. 그건 아니다”라고 주문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납득하기 어렵고 앞뒤가 안맞는 얘기”라며 “이 분들의 흉상을 철거하면 강군이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이념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며 “친일과 좌익의 역사적 사실은 정확하게 사실대로 기록하며 그 공과 과를 균형있게 봐야지, 친일매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눈감고 종북좌익에 대해서는 일제시대의 이력까지 끄집어내어 매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이념편향이고 이념과잉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8월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 연합뉴스

이와 관련,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와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카자흐스탄 독립운동가 후손청년회도 30일 전쟁기념관 6·25 기념탑 앞에서 연 '항일독립전쟁 5영웅 흉상 철거 백지화 및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에서 진보 보수 모두 반대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문에서 “국민적 상식에 반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라며 “독립전쟁 영웅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것은 평소 독립운동가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는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번 철거 시도는 독립군과 광복군을 국군의 뿌리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이기에 국민이 저항하는 것”이라며 “독립전쟁 영웅들의 흉상철거와 홍범도 장군에 대한 사상검열은 우리 국민들이 느꼈던 감동과 애국심이 잘못됐다고, 지우라고 강요하는 꼴”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홍범도 장군의 일생을 두고 “국권을 잃고 만주로, 연해주로 떠돌며 부인은 일제의 고문으로, 두 분의 아들은 일제와의 전장터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조국의 독립만을 외쳤고, 스탈린의 소련에서 타국만리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해 힘들었지만 변절하지 않고 꼿꼿하게 생을 마감한 홍범도 장군의 흉상마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이리저리 떠돌게 할 수 는 없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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